첫 교차

by 은나무


“오늘 새벽부터 촬영이라 죽는 줄 알았어요.”

손님은 눈 밑 다크서클을 문지르며 자리에 앉았다. 드라마 촬영팀 스태프라던 젊은 여성이었다.


“머리 좀 정리해 주세요. 오늘은 또 밤샘이라네요.”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빗을 들고 머리카락을 나누며 물었다.

“요즘 무슨 작품 하세요?”

“아, 강도현 배우 새 영화요. 지금 완전 스케줄이 불타고 있어요.”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내 손끝이 잠시 멈췄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빗질을 이어갔다.




“강도현 씨, 실제로 보면 어떤가요?”

옆에서 보조 디자이너가 호기심에 묻자, 손님은 피곤한 얼굴에도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되게 소탈해요. 밥도 그냥 김치찌개 좋아하고, 촬영장에서도 분위기 살리려고 계속 웃기고.”


그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나는 애써 귀를 막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심장이 덜컥거렸으니까.


“실장님은 강도현 씨 좋아하세요?”

보조 디자이너의 장난 섞인 질문에, 나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배우일 뿐이지. 관심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빗질하는 손이 조금 더 세게 눌러졌다.




시술을 마친 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도 새벽부터 또 촬영이에요. 배우들 관리하려면 저도 살아남아야 하거든요.”


그녀가 웃으며 나가고 난 뒤, 매장에 잠깐 고요가 흘렀다.

나는 무심히 드라이기를 정리하다가, 불현듯 방금 대화가 다시 맴돌았다.

소탈하다, 김치찌개 좋아한다, 분위기를 살린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야 할 이야기들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퇴근길, 전광판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강도현 주연, 신작 영화 Coming Soon]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맹목적으로 뛰어들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시는 흔들리지 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들었던 그 사소한 일상들이 자꾸 떠올랐다.

‘생각보다 소탈하다’는 말이, 알 수 없는 온기로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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