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 완료되었습니다.”
냉랭한 기계음이 울리고 난 직후, 채팅방의 말풍선이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그 사람은 세 번째 입금을 확인하자마자 사라졌다.
프로필 사진은 사라지고, 방도 사라지고, 남은 건 허공뿐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돈이 아까워 울컥한 게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다는 사실이 나를 무너뜨렸다.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드라마 영상도, 팬카페 글도, 더는 열지 못했다.
한때 설레며 모았던 굿즈 박스는 방 한쪽에 똑같은 체념으로 쌓여만 갔다. 덕질은 나의 숨구멍이었는데, 그 숨구멍이 오히려 목을 조른 기분이었다.
동료가 말했다.
“실장님, 요즘 얼굴이 안 좋아요. 드라마도 잘 안 보죠?”
“응. 그냥… 이제 좀 질린 것 같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 웃음 뒤에 쓴맛이 스며 있었다.
퇴근길, 지하철 광고판 속 배우들의 얼굴이 줄줄이 스쳐 지나갔다. 한때는 심장이 두근거리던 얼굴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낯선 인물들처럼 보였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설레기보다,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벽이 더 높아져 있었다.
주말, 오랜만에 혼자 집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흔들릴 수 있을까.
내 나이가 마흔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철없는 덕질 한 번에 하루하루가 이렇게 흔들린다니.
휴대폰이 진동했다. 팬클럽 공지였다.
[강도현 배우, 새 영화 캐스팅 확정!]
한때라면 두근대며 캡처했을 소식이었지만, 이제는 손가락만 망설일 뿐이었다.
결국 알림을 지웠다.
“이제 그만해야지.”
나는 스스로에게 단단히 말했다.
덕질은 끝났다.
설렘도, 기대도, 함께 접어 넣기로 했다.
대신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사람의 머리를 다듬는 일은 여전히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줬다.
하지만 마음 한편 어딘가에는 여전히 작은 파문이 남아 있었다.
혹시, 다시 설레는 날이 올까?
그게 현실의 남자든, 또 다른 화면 속 인물이든, 이제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