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매장은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주말마다 예약이 가득한 건 늘 익숙한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공기가 이상하게 팽팽했다.
“실장님, 오늘 스페셜 예약 들어온 거 아세요?”
리셉션 담당이 흥분한 목소리로 달려왔다.
“스페셜?”
“네. 영화사에서 직접 예약했어요. 배우 헤어 관리라고만 적혀 있는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인 담당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심 괜히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매장 문이 열렸다.
순간, 공기가 멈춘 듯 조용해졌다.
선글라스를 벗은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또렷한 이목구비, 스크린 속에서만 보던 얼굴.
강도현이었다.
“안녕하세요. 예약한 강도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주변 직원들이 흥분한 기색을 감추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모실게요.”
자리에 앉은 그는 선글라스를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시끄럽네요. 다들 바쁘신가 봐요.”
“주말이라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돼요.”
나는 준비를 하며 속으로 숨을 골랐다.
왜 하필 그가, 왜 내 앞에….
머리를 감겨주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조용히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고요가 더 나를 긴장하게 했다.
“어떤 스타일 원하세요?”
내가 물으니 그는 거울을 보며 짧게 대답했다.
“그냥 깔끔하게 다듬어 주세요. 요즘 일정이 많아서 관리가 필요하네요.”
말투는 정중했고, 시선도 지나치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배우라는 걸 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의외로 편안했다.
나는 가위를 들어 손끝에 집중했다.
그러나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그의 옆모습이 시야에 걸렸다. 화면으로만 보던 얼굴이 손끝에서 현실이 되는 순간, 심장이 미묘하게 요동쳤다.
“실장님 손길이 안정적이네요.”
그가 불쑥 말을 건넸다.
“아… 네. 오래 했으니까요.”
“역시 다르네요. 괜히 유명하신 게 아닌가 봐요.”
예의 바른 칭찬이었지만,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이런 대화조차 사소한 설렘이 되어 가슴을 두드렸다.
시술을 마치자 그는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음에도 예약해도 되죠?”
“네, 물론입니다.”
짧은 대화였을 뿐인데, 나는 그 자리에 뿌리내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계산을 마치고 나가자, 매장 안이 다시 분주해졌다. 동료들이 몰려와 속삭였다.
“실장님, 대박이에요. 진짜 강도현 씨 맞죠?”
“와… 실물이 더 잘생겼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두근거려 숨을 고르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퇴근길, 거리를 걷다 광고판 속 그의 미소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 눈앞에서 본 얼굴과 겹쳐지며, 현실과 스크린이 뒤섞였다.
나는 스스로에게 단호히 말했다.
“그냥 고객일 뿐이야. 절대 흔들리면 안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