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윤서는 미용실 문을 나서자 기자들이 골목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순간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강도현 배우랑 어떤 관계입니까?”
“사진 속 여자가 본인 맞나요?”
“사귀시는 거 맞죠?”
순간, 숨이 막혔다.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묻다니….
윤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손가방을 꼭 움켜쥐었다.
그때, 뒤에서 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세요.”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도현이 검은 재킷 차림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표정은 단호했지만, 눈빛은 윤서에게만 부드럽게 향해 있었다.
“사적인 건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더 이상 무례하게 굴지 말아 주세요.”
그는 기자들을 향해 짧게 말한 뒤, 윤서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가요.”
윤서는 순간 움찔했지만, 그의 손길은 차갑지 않았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약속 같았다.
차 안으로 들어오자, 윤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현 씨, 이렇게까지 직접 나서면 일이 더 커져요.”
“상관없어요. 숨기는 게 더 이상 힘들어졌으니까.”
“그래도… 나, 겁나요.”
윤서가 작게 말했다.
“도현 씨가 내 인생 전부는 아니잖아요. 난 일도 있고, 주변 시선도 있고….”
도현은 운전을 멈추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래서요? 그게 우리가 멀어져야 할 이유예요?”
윤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윤서 씨.”
그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전 이미 선택했어요. 어떤 소리 들어도 괜찮아요.
근데 윤서 씨가 자꾸 겁만 먹으면, 우리 둘 다 힘들어져요.
그러니까… 제 손만 잡고 있으면 돼요. 나머진 제가 버틸게요.”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윤서는 그제야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감쌌다.
“나도, 노력해 볼게요. 겁내지 않고, 옆에 있는 거.”
도현의 표정이 한순간 환해졌다.
“그거면 충분해요.”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도현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대신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켰다.
“오늘도 수십 장의 사진이 찍혔겠죠. 근데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찍히든 안 찍히든, 제 눈엔 윤서 씨만 있으니까.”
윤서는 순간 숨이 막히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말, 배우가 하면 반칙이라니까요.”
“저는 원래 반칙 좋아해요. 특히 윤서 씨 앞에선.”
집으로 들어온 윤서는 현관문에 기대어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심장이 여전히 두근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 그의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제 손만 잡고 있으면 돼요.
윤서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놓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