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고 한강을 걸은 그날 이후, 윤서는 매일이 달라졌다.
출근길 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조차 반짝거렸고,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가슴이 자꾸 뛰었다.
이게… 연애의 시작이라는 건가.
그날 저녁, 도현이 매장 문을 닫을 무렵 불쑥 찾아왔다.
“실장님, 아니… 윤서 씨. 오늘 저녁은 같이 먹죠.”
“이제는 ‘같이 먹자’가 습관이네요?”
“습관이 아니라, 필수예요. 제가 윤서 씨를 안 보면 하루가 허전하거든요.”
윤서는 괜히 한숨을 내쉬는 척했지만,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이번엔 도현이 먼저 집 근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촛불이 은은하게 켜진 창가 자리.
와인잔에 붉은빛이 반짝였다.
“이런 데까지 오면 더 눈에 띌 텐데.”
윤서가 걱정스레 말하자, 도현은 태연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오늘은 그냥 커플처럼 있고 싶어서요.”
‘커플’이라는 단어에 윤서의 심장이 순간 크게 울렸다.
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메뉴를 골라주고, 윤서가 먹기 편하도록 포크에 파스타를 돌려 건네주었다.
“도현 씨, 이런 거 해본 적 많죠?”
“어떤 거요?”
“여자 앞에서 자연스럽게 챙기고, 이런 분위기.”
“아니요. 처음이에요.”
윤서는 와인잔을 입술에 댄 채 시선을 피했다.
왜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식사가 끝나고, 가게 앞 벤치에 잠시 앉았다.
밤공기가 차가웠지만, 그의 옆은 따뜻했다.
“윤서 씨.”
“응?”
“이제 제일 먼저 연락 오는 사람이 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일, 힘든 일, 별 거 아닌 일… 다요.”
윤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 사실 요즘은 이미 다 그래요.”
도현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부터 정식으로 연애 시작인 가요?”
윤서는 얼굴이 빨개져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누가 시작이라고 했어요.”
“제가요. 오늘부로.”
순간, 그는 그녀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려 입술로 가볍게 닿았다.
짧고 은밀한, 그러나 강렬한 스킨십.
윤서는 놀라 숨을 삼켰다.
“이런 건 너무 빨라요.”
“빨라요? 저는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도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윤서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부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