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윤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전히 기자들의 시선은 무겁고, 매장 앞에 카메라가 드나드는 날도 있었지만, 도현의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제 손만 잡고 있으면 돼요.”
그 말 한마디가,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이상한 용기를 주었다.
주말 저녁, 도현은 윤서를 불러냈다.
“딱 한 시간만 같이 걸어요.”
그의 부탁은 늘 짧고 단순했다. 하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조용한 한강 산책로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은 드물었고, 가로등 불빛 아래 강물만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여기, 옛날에 자주 왔어요.”
도현이 강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데뷔하기 전엔… 누가 날 알아봐 줄까 싶어 혼자 산책 많이 했거든요.”
윤서는 그 옆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지금은요?”
“지금은… 누가 날 알아봐도 상관없어요.
내 옆에 누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윤서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
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윤서 씨, 저 계속 기다려왔어요.
팬으로 시작했어도 좋아요.
근데 이제는… 그냥 제 사람이 되어줬으면 해요.”
윤서의 손끝이 떨렸다.
여전히 두렵지만, 동시에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도현의 손을 꼭 잡았다.
“… 도망치지 않을게요.
이젠, 나도 같이 있을래요.”
순간 도현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꽉 잡힌 손을 놓지 않은 채,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
“이제 시작이네요.”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지워버린 듯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도 손은 그대로였다.
윤서가 아쉬움에 손을 놓으려 하자, 도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안 놔도 되는데.”
“이제 그만 가요.”
“알았어요. 대신 다음엔 더 오래 잡을 거예요.”
윤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만큼은, 무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