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출석체크만 하고 빠져나갈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
쉬는 시간에 가방을 들고나가면 눈에 띄니,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내가 앉은자리는 4 분단 맨 끝줄.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를 시작하는 순간, 뒷문을 살짝 열고 몰래 빠져나가기도 했다.
아예 가방을 미리 바깥에 두고, 쉬는 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나가서는 학교 담장의 개구멍을 통해 빠져나간 적도 많았다.
결석하면 오히려 귀찮은 일이 생기니, 출석은 찍고 1~2교시 정도 마친 후 실행하는 게 나름의 방식이었다.
그때의 그 스릴과 재미는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그건 허세에 물든 어린 마음의 자랑이었고, 나는 그 어리석은 짓에 대단한 의미라도 있는 듯 취해 있었다.
학교를 빠져나오면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오락실, 노래방, 커피숍, 분식집, 햄버거 가게, 피시방…
어디든 교실이 아닌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자유를 느꼈다.
집으로 바로 가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조용한 분이셨다.
체벌을 거의 하지 않으셨고, 늘 차분하게 우리를 대했다.
그런데 그분은 임신 중이셨고, 어느덧 만삭에 가까워 더 힘드셨을 것이다.
내가 반복해서 수업을 빼먹고, 반성은커녕 불량한 태도로 대들던 어느 날.
선생님은 단단히 마음을 먹으신 듯, 나를 교실 뒤로 불러 세우셨다.
다른 반에서 매를 빌려 오셔서, 한 손으로는 배를 받쳐 들고, 다른 손으로는 내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셨다.
그 순간, 교실은 얼어붙었다.
나도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
늘 온화하던 선생님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내 방황보다도 더 버거웠을 선생님의 모습이 남아 있는 기억이다.
아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제자를 바로잡고 싶어 하셨던, 그 절박한 마음.
나는 그때의 철없던 행동이 그분을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이제야 죄송한 마음이 든다.
수업 태도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와 선생님 사이에서 반복되는 갈등입니다.
저처럼 교실에서 버티지 못하고 몰래 빠져나가는 아이도 있고, 수업 시간 집중을 못 하거나 불량한 태도로 버티는 아이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선생님이 화내고 체벌하는 게 억울하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속에는 지친 어른의 절박함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그날 만삭의 몸으로 매를 드셨던 선생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저립니다.
오늘날은 체벌이 사라지고, 교실 문화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 자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건, 단순히 “누가 잘못했다”를 단정하기보다
“왜 우리 아이가 교실을 견디기 힘들어할까”를 들여다보는 것 아닐까 합니다.
부모의 시선이 아이의 방황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순간,
선생님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조금은 가볍게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