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에서 온 아이와의 충돌

by 은나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시내 각지에서 모여든 아이들로 교실이 가득 찼다.

서로 다른 중학교 출신이 한데 모였으니, 처음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누가 더 ‘논다’, 누가 더 ‘센 애’냐는 보이지 않는 서열이 은근히 작용했다.



나는 작은 시골 학교에서 왔지만, 주눅 들어 보이긴 싫었다.

괜히 더 당당한 척, 허세 섞인 태도로 버텼다.

그러다 다른 학교에서 온 아이와 말싸움이 붙었다.



“너 왜 자꾸 날 쳐다봐?.”

그 말 한마디가 기분이 나빴다.

물러나면 지는 것 같았다.

서로 자존심이 부딪히며 결국 주먹다짐으로 번졌다.



시골에서는 뒷동산이나 운동장에서 몰래 싸움이 벌어지곤 했지만,

여기는 달랐다.

학생 수가 많다 보니 금세 소문이 퍼졌고,

선도부 선배들과 학생부 선생님들의 눈길은 곧바로 나를 향했다.



싸움은 그렇게 끝났지만, 교무실에 불려 가면서 나는 또렷이 느꼈다.

“아, 나는 이제 찍혔구나.”

그때부터 나는 고등학교에서 ‘문제아 명단’에 오르게 되었다.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두려움과 동시에, 사람들이 나를 주목한다는 이상한 만족감.

그 잘못된 자존심이 결국 나를 더 깊은 길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말]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큰 무리 속에서 새로운 서열과 경쟁을 맞닥뜨립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말싸움이 쉽게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고,

아이들은 그것을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일’처럼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때는 싸움이 무서웠으면서도, 동시에 나를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제 인생에 깊은 낙인을 남겼습니다.


혹시 자녀가 싸움에 휘말렸다면, 그 잘못은 단호히 가르치되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불안과 자존심까지 함께 살펴봐 주셨으면 합니다.

잘못된 선택 뒤에 숨은 그 마음을 이해해 줄 때,

아이도 다시 멈추고 돌아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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