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은나무


나는 원래 헤어디자이너였다.
거울 앞에 앉은 사람의 머리를 책임지는 게 내 일이었고,
가위와 빗은 내 손에 가장 익숙한 도구였다.

하지만 10년 동안 그 도구들을 내려놓고 살았다.
전업주부로 지내던 시간은 내 손끝을 굳게 만들었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할 땐 초보처럼 두려웠다.

남성컷 전문점에서의 복귀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칠고 빠른 무대였다.
10분 안에 커트를 끝내야 하는 현장은
매일같이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 세웠다.

그 과정을 나는 한 번 글로 풀어낸 적이 있다.
브런치에서 처음 용기 내 썼던 글,

이번에는 그 글들을 다시 꺼내어 다듬으려 한다.
처음보다 조금은 더 단단해진 지금의 시선으로.
어떤 분들에겐 신작처럼,
오래 함께해 주신 분들에겐 한층 정리된 기록으로 다가가고 싶다.

〈다시 시작하는 은정쌤의 이야기〉
― 남성컷 미용실에서 배우는 삶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