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 배운 것들

by 은나무


학교를 떠난 뒤, 나는 주유소에서 하루 종일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자퇴 이후에는 풀타임으로 일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름 냄새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교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서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세상의 다양한 얼굴을 만났다.

바쁘게 출근하는 회사원, 화물차 기사님,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오는 단골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나는 기름을 넣어주며, 고작 몇 초의 대화 속에서도

“세상은 이렇게 굴러가는구나” 하는 걸 배웠다.



내 또래 친구들은 교실에서 책을 펴고 있었겠지만,

나는 이미 어른들의 세계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게 대단히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쉬는 날이면, 여전히 학교 앞에 가 친구들을 기다렸다.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나와 같지 않았다.

수업, 시험, 동아리, 대학 입시.

나는 그 대화 속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이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그래도 이상하게 후회는 없었다.

학교에서 매일 낙인찍히고, 무언가에 쫓기듯 살던 시간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내게 더 잘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록 거칠고 힘든 하루였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말]



부모님, 아이가 학교를 떠난다고 해서 배움까지 멈추는 건 아닙니다.

저는 주유소에서 하루 종일 서 있으면서, 교과서에 없는 것들을 배웠습니다.

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책임감을 알았고,

힘든 하루를 마치고 받은 작은 일당 속에서 노동의 가치를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도 분명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배움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부모님이 “넌 여전히 배우고 있구나” 하고 인정해 줄 때,

아이는 자신을 단순히 낙오자가 아닌, 또 다른 길을 걷는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학교를 떠난 자녀가 있다면,

“넌 이미 세상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구나” 하고 그 경험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인정이 아이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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