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정 Nov 19. 2024

프롤로그

나는 박복한 여자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날 처음 보면 하는 말이 있다.

-     세상물정 모르고 고생 없이 자랐을 것 같다.

-     예쁨 받고 어리광이나 부리고 자랐을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내 나이 마흔둘 어지간한 일에 이제는 눈물도 겁도 말라버린 내가 다른 이들의 눈에는 겉도 속도 마냥 애같이 보이다니 기분이 묘하다.



온몸에 뾰족뾰족 가시가 곤두서 있을 땐 누가 그렇게 보인다고 하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



내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살았는지,

당신이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닌지,

반복해서 돼 뇌이며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늘 뾰족하게 가시를 세우고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마냥 어린애로 봤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만큼 힘들었어도 내 본연의 얼굴빛은 반짝반짝 맑게 빛나고 있었다.



30대 중반, 둘째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나와는 다른 밝은 햇살 같은 성격인 아이의 같은 반 엄마를 만났다.



원래 혼자였고 혼자가 익숙했고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건 내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엄마가 자꾸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오니

너무 불편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끼리 친해서 놀고 싶어 했는데 나는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나는 우리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우리 아이에게 내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어 외로움만 줄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둘째 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싶어 내게 다가오는 그 엄마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그때부터 살면서 만나온 사람과 다른 향기가 나는 그 엄마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그러면서 점차 내 주위에 그런 향기가 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닮고 싶었다.

나도 그런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 안에 뾰족한 가시들을 하나씩 직면하게 되면서 가시 뽑기에 들어갔다.



그때 그 친구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도움이 되었다.


-     언니는 상처가 많지만 그것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멋지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치유자가 될 것이다.

언니야 말로 상처 입은 치유자이다.



몇 년간 나를 직면하고 내 안에 박힌 가시들을 마주할 때  그간의 눈물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고 가시들이 하나씩 뽑아질 때 찰나의 고통은 있었지만 상처는 아물고점점 회복되어 갔다.



나는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는 내아픔을 이야기할 때 내 연민에 빠져 눈물이 나지 않을 만큼 성장했고 아이들도 자랐고 10년 전업주부도 청산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


일터에서도 부지런히 사랑을 전하고 위로하며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 글이 나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며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려는 발걸음을 떼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