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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Nov 19. 2024

82년생 김미영이 태어나다


우리 엄마는 82년 8월 무더운 여름 충청도 공주에서 나를 낳았다.

나는 엄마의 하나뿐인 피붙이이다.



나는 엄마에게 딸이고 친구이며 남편도 엄마도 되는

우리 엄마 최고의 재산이다.



모든 사람들이 소설 한 권은 쓸 만큼 사연 많지만 우리 엄마도 소설책 몇 권은 나올 만큼 기구하다.



우리 엄마 이름은 김순자



2024년 올해 71살 다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엄마는 예쁨을 독차지하기는커녕 막내라서 더 고단하게 자랐다.



가난하다 가난하다 해도 그런 가난한 집 없고 한글 겨우 읽고 쓸 줄 아는 국민학교 3학년 중퇴가 엄마의 최종 학력이 될 만큼 가난하게 자랐다.



엄마의 삶을 돌아보면 특히 다양한 죽음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다섯 남매 중 특히 각별했던 바로 위 언니는 돈 벌어 오겠다고 도시로 나갔다가 우울증을 앓고 고향집에 내려와 약을 먹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고통 속에 죽었다.



엄마의 부모님 두 분도 엄마가 갓 스무 살 되던 해 사고로 돌아가셨다.



배움도 짧고 사랑도 못 받고 가족들의 잇단 죽음으로 불안함 컸던 엄마는 빨리 안정을 찾고 싶어 결혼을 서둘러했다.



엄마는 첫 번째 결혼생활 중 아들 셋을 낳았는데 한 명은 낳고 며칠뒤 두 명은 돌도 지나지 못하고 죽었다.



그런 슬픔과 고통 속에 그 당시 아이를 낳아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첫 번째 남편과 이혼을 했다.



그리고 나를 낳아준 아빠를 그 당시에 만나 엄마는 재혼했다. 재혼 후 나를 임신했고 병원도 잘 다니지 못했던 엄마는 산파할머니의 도움으로 나를 낳았다.



아기가 또 죽을까 불안한 가운데 내가 태어났고 산파할머니가 딸이라고 말해 주고서야 왠지 그동안 아들 셋을 떠나보내고 얻은 딸이라서 이 아이는 살겠다 싶은 기대를 했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건강히 자랐고 바로 연년생 동생 아들을 낳았는데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뒤 아빠는 트럭 사고로그 자리에서 죽는다.



엄마는 그렇게 사랑하는 언니와 부모님 세명의 아이들 남편까지 잃게 된다. 엄마에게 도대체 몇 번의 죽음이 지나가는 중인지 그간 겪어야 할 충격과 슬픔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나를 업고 동생을 안고 당장 먹고살아야 했던 엄마는 일자리를 구했으나 두 아이를 업고 안고는 일을 할 수 없었고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주변의 권유로 셋 다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냐는 말에 눈물로 아들을 입양 보낸다.



내가 기억나는 시점은 6살 7살부터인데 그냥 처음부터나는 엄마랑 둘이 살았고 아빠라는 존재 개념은 없었다.



내가 7살 때 엄마는 나를 데리고 또 재혼을 했고 새로운가정을 꾸렸으나 내게 아빠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새아빠는 알코올중독으로 내가 19살 때 돌아가셨다.



그렇게 엄마는 다양한 죽음들을 겪으며 부모에게 대물림된 가난하고 고단한 인생을 살았다.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뭘 알고 그랬는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날마다 다짐을 했다. 지독한 엄마 팔자가 나한테 대물림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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