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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이라는 이름의 하루

by 은나무


며칠 전 수요일.

출근하시자마자 점장님이 허리가 아프시다고 했다.

평소 허리가 안 좋은 걸 알고 있었기에 그게 문제가 된듯했다.


연휴 중에도 진료하는 병원이 있을까 급히 찾아봤는데 다행히 진료하는 곳이 있었고 바로 병원으로 가셨다.

늘 그랬듯 허리에 주사 좀 맞고 하루정도 쉬면 낫겠지 하며 우리는 간단히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그날 혼자 일했다.

추석연휴는 점장님과 선생님께서 꼭 쉬어야 한 데서 내가 양보한 탓에 나는 다른 날 쉬기로 했고 추석 당일 하루 쉬고 연휴 내내 근무를 했다. 그리고 금요일 하루 쉬고 다시 주말부터 일해야 하는 조금 힘 빠지는 나의 연휴 휴무일이

였다.


병원에 가신 점장님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지켜보고 다시 병원에 가야 할 거 같다고... 그날도 혼자 일하기 벅차게 고객들이 밀렸다.

목요일.

그날도 혼자 버텼다.

금요일 휴무 그마저도 날아갔다.

그래도 다행히 금요일부터는 선생님이 출근한다.


가게 문을 열고부터 마감까지

쉬지 않고 손님을 받고, 청소하고, 계산하고, 전화받았다.

머리카락은 바닥에 수북이 쌓였고,

내 어깨엔 보이지 않는 무게가 내려앉았다.

몸보다 더 무거운 건 마음이었다.


그리고 점장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결국 디스크가 터져서 허리 수술을 하셔야 하신다고.

그래서 당분간 가게는 또 내가......


‘이번에도 또 내가 감당해야 하는구나.’

이곳에서 일한 지 벌써 2년 반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오고 갔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점장님은 유독 나에게 많은 걸 기대시고

믿고 신뢰하신다.

이젠 고객들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킨

나를 믿고 찾아오시고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내 손끝에서 나온다.

가끔 그 무게가 힘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책임감을 쉽게 내려놓지 못할까.


어릴 때부터 늘 누군가를 챙기며 살았다.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

내가 버텨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그건 나를 살게 했지만

동시에 내 어깨를 짓눌러왔다.

책임감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가끔은 그 단단함이 나를 지치게 하기도 했다.


누가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

내가 빠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그게 나를 지탱하기도 하고

지치게도 했다.


그래도 손님들이 말한다.

“실장님 없으면 머리 못 깎아요.”

"그만두고 가실 거 아니죠?"

그 말 한마디에 다시 힘이 난다.

그래 이게 내 자리다.

이게 지금의 내가 일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책임감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때로는 잠시 멈추고 기대고 쉬어가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누군가에게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믿고 다독여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괜찮아. 오늘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책임감은 여전히 무겁지만

이제는 조금 내려놓는 법도 배우고 싶다.


일하는 나도,

글을 쓰는 나도,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버티고 있는 나도

다 내 삶의 한 조각이다.


오늘도 나는 내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하루를 다독이며 살아간다.


사실 내겐 나의 치명적 매력에 빠진 남편이 있지 않은가! 나를 지켜주고 책임져 주는 듬직한 내편!
그거 하나면 나는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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