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작가]
가족상담일을 하면서 나는 참 많은 가족의 사연을 마주했다.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품고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과, 나 역시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상처들은 모습만 달랐다.
누군가는 외면당한 기억을, 누군가는 이해받지 못한 서러움을 품고 살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마음들을 조금씩 꺼내놓을 수 있었다.
글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내 안의 말을 안전하게
풀어놓는 장소였다.
처음엔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썼다.
그런데 이상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쓸수록 내 마음이 차분해지고 숨이 편해졌다.
언제부턴가 딸에게도, 남편에게도 내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딸이 먼저 내게 이야기를 걸었다.
"엄마,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 그 말이 낯설고 따뜻했다.
가족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내 마음속 오래된 감정들이 조금씩 자리로 돌아갔다.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묵은 생각 하나가 손끝에서 흩어졌다. 그 과정이 나를 조금씩 가볍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글이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회복의 통로라는 걸 느꼈다.
상담실에서 말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마음이 풀리는 걸 자주 보았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내 이야기를 넘어,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글로 만나는 법을 함께
배우고 나누고 싶다.
나는 언젠가 '글쓰기 치유교실'을 열고 싶다.
말로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종이 위에서 천천히
써 내려가는 공간 그곳에서는
누구의 인생도 평가받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문장 안에서 자신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시간만이 흐를 것이다.
그게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다.
내가 글로 살아났듯,
누군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조용히 회복되기를 바란다.
https://brunch.co.kr/@0cac1be1c01e4e0
가족상담센터에서 일하시며 가정의 치유와
특히 모녀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나누며 다른 이들의 치유를 돕고 싶은 마음을 글로 남기시는 은혜작가님.
이번 연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글 속에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작가님 브런치에 벌써 4개의 브런치북이 발행되어 있어서 기쁘네요^^
함께 읽고 공감해 주신 독자님들도 가정의 문제와 상처 때문에 고통받고 계신 분들은 은혜작가님의 브런치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로 도움받길 응원합니다.
오늘로써 은혜작가님의 마지막 3화 연재 마무리 하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은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