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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매번 너만 유난이야?(2)

[로미 작가]

by 은나무


"엄마, 오늘 학교에서 아침 조회를 했는데

운동장에서 했어. 막 언니 오빠들 상도 주고"


"근데 엄마, 친구들은 잘 서 있는 거 같은데 나는 막 가만히 를 못 있겠어. 다리 아파. 운동화 때문인가? 나 운동화 좀 바꿔줘."'


하교 후 언제나처럼 쉬지 않고 조잘조잘 거리며

바빠 보이는 엄마와 상관없이 나는 잘도 떠들어댔다.



사실 학교 야외 조회 시간뿐만이 아니다.

피구 할 때도 가만히 서 있는 건 이상하게도 힘들다. 운동신경도 나름 뛰어난 난데, 오래 걷는 건 다리가 아프다.



이것도 내 유난과 관련이 있는 걸까?
"나는 오래 서 있어도 걸어도 괜찮기만 한데, 아빠랑

훈이처럼 너는 평발도 아닌데 왜 맨날 아프다 하노?"
아 또 내가 예민해서인가 보다.



결국 아픈 다리의 원인은 찾지 못했다.
'남들도 이 정도인데 내가 더 민감해서 아프다고 생각 하나보다.' 생각했다.



"자, 우린 바르게 서 있는 게 중요해요. 자세 자세가 바르고 올곧아야 하루 종일 서 있을 수 있겠죠?"


"뒤꿈치를 가지런히 붙이고 발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보세요. 자, 그리고 단전에 힘을 주고 서있으면 하루종일도

서 있을 수 있어요."


유레카!

왜 나는 20살이 되도록 이렇게 하면 다리가 아프지 않다는 걸 아무도 안 알려준 거야?'


'아싸, 이제 나도 하루 종일 다리 안 아프게

있을 수 있다!'


내 생애 첫 아르바이트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였다.

개점 전 회의에서 나는 유레카를 외치고 말았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바르게 서면 안 아픈 거였어.



행복했다.

나는 당장 그날부터 실천에 옮겼다.
'어? 이상하다?'
서 있는 오전 내내 평소와 같이 발바닥이 아파왔다.
'어? 왜지?'
오후가 되면서 무릎으로 통증이 올라왔다.

'아, 내가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옆 매장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침에 배운 걸 다시 묻는다.
'뭐지? 이 자세가 맞다는데?' 이상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결국 폐점 시간이 되니 허리까지 삐걱거렸다.



아픔을 참고 또 참은 나는 늘 집으로 갈 때쯤 녹초가 되었다.
그런데 사회 초년의 알바 인생 뭐 있나 술 좋아하시는 점장님은 오늘도 혼자 사는 내가 끼니를 거를까 걱정된단다.
그래서 오늘도 저녁을 사준단다.



'오늘도? 아 나 눕고 싶은데...'


"와 그럼 우리 오늘은 뭐 먹어요?"


내 입에선 생각과 다른 대답이 나온다.
그렇게 내 발의 통증은 나만 아는 비밀이 되었다.
유난이라 감춰 온 발 통증의 원인은 결국 서른 살이 되어 서야 알았다.



그냥 보기엔 아치가 있는 내 발.

걸으면 평발이 되는 이른바 유연성 평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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