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작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엄마’.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바로 받았다.
“어제 퇴근하고 왔을 때, 00이 얼굴 못 봤어?”
“응. 퇴근하고 왔더니 잠들어 있었어.”
“지금 일어나서 엄마 얼굴 못 봤다고 울고 난리야.
잠시만, 바꿔줄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들의 울음소리.
울지 말고 어서 엄마 전화받아보라고 손자를 달래는 할머니의 목소리…
“여보세요.”
“엄마… 너무 보고 싶어… 오늘 빨리 와?”
“어제 엄마가 너무 늦게 퇴근했지? 엄마가 우리 00이 자고 있을 때 꼭 안아줬는데… 미안해. 엄마 오늘도 늦을 것 같아. 대신 주말에 우리 신나게 놀자.”
전화를 끊고 나는 한참을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다는 약속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뭘 위해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올해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나중에 꼭 대학원에 가겠다고 생각했었다.
사회초년생일 때는 일을 조금 더 배우고 가자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결혼, 임신, 출산… 계속 미뤄졌다.
‘이러다가 내 인생에서 대학원은 없겠구나…’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문제는 내가 올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큰 부담의
일을 맡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찍 퇴근하는 날은 대학원에 가는 날이다.
가끔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요즘 나는 하루하루 쫓기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
어렸을 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면 됐다.
저지르면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우리 엄마, 남편,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
그 희생을 감수할 만큼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나는 차에서 내려 일하러 갔다.
늘 도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 아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믿었다.
나의 욕심을 합리화하기 위한 생각이었을까.
지금은 아이 옆에 있어주는 엄마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같이 지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변명 아닐까. 그리고 내가 정말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번 학기만 다니고 대학원을 휴학하면 나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거니까 끝을 맺고 싶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일이 적은 업무를 맡으려고 한다.
(내 희망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너무 많은 일을 욕심내지 말고 하나씩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만 하기로...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태도는 잠시 접어두기로…
그렇게 스스로와 타협했다.
결국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넌 결국 너만 중요한 거구나”라는 조롱과,
“그래도 멋진 엄마가 되려고 애쓰는 건 충분히 의미 있어”라는 응원이 내 안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워킹맘' 인걸.
https://brunch.co.kr/@8ed3fc297d614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