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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해 남편

[꽃별 작가]

by 은나무


우리 집 거실의 텔레비전은 대부분 꺼져 있다.


[미디어 노출 없는 육아] 나

[거실 책육아]를 결심해서라기보다 내가 텔레비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학 씨 아저씨'의 성이 정말 '학'인 줄 알 정도로 드라마도

잘 모른다. 볼 시간도 없고,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볼 필요도 못 느낀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챙겨 보는 건

'연애 프로그램(연프)'이다.


그중에서도 '하트 시그널'과 '환승연애'를 좋아한다.


요즘 '환승연애 4'가 방영 중이다.

방영 요일이 수요일로 바뀌어 당일 시청이 쉽지 않다.

짬이 날 때 조금씩 보다 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쯤에서야 끝까지 보게 된다.


한 번에 몰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대신 다음 주를 기다리는 시간은 짧아졌다.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환승연애 섭외 전화를 받았다면 누구와 나갈까?'


20대 미혼이라고 가정해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나는 헤어지고 나면 지난 연애에 마음을 오래 두지 않는 편이다. X가 잘 지냈으면 좋겠지만 굳이 마주치거나 소식을 듣고 싶진 않다.


예전 사진이나 편지를 다시 꺼내 보는 일도 귀찮다.

(그래서 엄청 열심히 버리거나 지우지도 않는다. 지금도 드라이브를 뒤지면 묵혀둔 과거가 나올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못 나갈 것 같다.

(애초에 섭외가 오지도 않겠지만.)


아무나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래서 '환승연애'나 '하트시그널'이 인플루언서나 방송 데뷔의 통로가 된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적당한 환상과 적당한 현실이 섞인 그 온도

가좋다. 드라마 같은 연프에서는 누군가는 말을 아끼고, 누군가는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린다.


그 사이에서 오해가 생기고 또 풀리기도 한다.

말 한 문장, 표정 한번, 타이밍 몇 초가 관계를 얼마나 바꾸는지 화면이 보여 준다.


그 속에서 과거의 X를, 과거의 나를 이해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를 배우기도 한다.

며칠 전 청룡 영화제에서 화사와 박정민의 공연이

화제가 됐다.


박정민의 다정한 눈빛, 무심한 표정과 몸짓...

사랑받는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화사...


무대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 본 것은 물론이고 이전 영상까지 찾아보았다.


언젠가부터 이별 노래에 예전만큼 마음이 흔들리진 않는다. 대신 이런 프로그램과 무대가 가끔 잠잠해진 연애 세포를

톡 하고 건드린다.


그 자극이 크지 않아 더 좋다.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비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예 놓치지도 않는 정도.


생활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물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남편.

이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작가 소개]


https://brunch.co.kr/@8ed3fc297d614e8


꽃별 작가님


오늘로 꽃별 작가님의 연재도 마무리됩니다.

워킹맘의 현실과 마음을 그대로 연재하는 동안 보여주신 작가님의 글을 통해 모든 일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 해주시는 것 같아 저 역시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어떤 선택과 현실에 부딪혀 살아야 하는 순간에도 아이에 대한 사랑과 함께 하는 시간 최선을 다해 온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해준다면 그걸로도 이미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보통 엄마들은 전업주부이든 일하는 엄마든 늘 아이들에게 부족하고 못해주는 거 같아 늘 아이들이 잠들고 하루를 마무리하면 자책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잖아요.


저 역시 엄마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무조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둘째가 10살이 될 때까지 집에 있었지만 그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나 진짜 미친 건가?' 라며 진심으로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모든 엄마들은 내 아이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사자로 변하는 스스로를 보며 당황하고 자책하죠...

일하는 엄마는 늘 미안하고요...

우리 그래도 아이에게 가장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엄마의

품이 되어 주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고요^^


그동안 3편의 글을 통해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고 작가님 개인, 아이, 마지막 남편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써주신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워킹맘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스스로의 꿈도 지키고 아이의 가장 큰 울타리가 되어주고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작가님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끝까지 함께 마무리해주셔서 감사하고

여기까지 별밤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


-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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