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 작가]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아도 곧잘 체하는 나는
우리 아이는 나처럼 예민하지 않은 삶을 살기를 바랐다.
"응애~ 응애~"
몸을 배배 꼬며 우는 아기 앞에서 나는 또 어쩔 줄 몰랐다.
검색에 검색을 이은 결과 배앓이인 것 같았다.
수유 시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꼼꼼히 기록하며 아이의 배앓이가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직 말도 못 하고 젖만 먹는 아기에게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이 통증이 모두 나에게로 옮겨 왔으면 했다.
다양한 나의 노력에도 배앓이는 계속되었고, 결국 배앓이에 유명하다는 직구 제품을 구매해 먹이고는 잦아들었다.
나의 육아를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한 엄마는 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내가 자식을 예민하게 키우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엄마 말씀이 맞았다.
내가 예민하다 보니 아이를 키울 때의 기준은 항상 나였다.
나는 예민하고, 타인의 고통과 불편함에 쉽게 공감하는 사람이라 육아에도 늘 그 모습이 드러났다.
나만 유독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알았다.
나처럼 유독 감각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키우다 보니 알았다.
남편만 닮은 것 같던 내 아이도 지금 충분히 예민하다는 것을.
큰소리에 많이 놀라는 청력이 발달한 아이.
부드러운 촉감의 옷만 찾는 아이.
미각이 뛰어난 아이.
공감 능력이 좋은 아이.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았다.
화들짝 놀라면 그것이 수시로 떠오르고,
또 떠올라 아이를 힘들게 했다. 잠들 무렵이면 이야기했다.
"엄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그 무서운 상어가
자꾸자꾸 생각나요."
한번 무서움에 휩싸이면 쉽게 벗어날 수 없어
쉬이 잠들지 못했다.
나도 그랬었는데.. 순간 나의 어릴 적 기억이 스쳤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혼자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도 못 타던 나.
"엄마도 어릴 때 세상에 무서운 게 정~말 정말 많았어~ 귀신도 너무너무 무섭고, 큰소리도 너무너무 무섭고, 세상엔 왜 이렇게 무서운 게 많은가 했지"
나는 너만 무서운 게 아니다.
누구나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섭지 않다고 말하기보다 그저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해 주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받고 싶었던 그 말을 아이에게 건넸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나와 오버랩되는 우리 아이를 보며
나를 치유한다
아이는 아주 미세하지만, 차츰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나도 상처도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
나는 나를 닮은 아이가 좋다.
우리의 예민함 속엔 장점이 가득하다.
분명한 건 우리는 함께 그것을 살릴 수 있다는 것.
이미 나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이제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치유되지 않은 그때의 그 감정들은 아이와 함께 치유하며 함께 장점을 찾아 나아가고 있다.
.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민감한 사 람. HSP는 선천적인 기질에 속하며 공감 능력과 창 위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고, 쉽게 스트레스받고 지친다는 단점이 있다.
https://brunch.co.kr/@happyyromyy
로미작가님
오늘로 작가님의 마지막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작가님의 예민한 기질을 이해받지 못하고 자라온 시간이 상처가 되었고, 어른이 되어 자신이 유별남이 아니라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 기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과
단점으로만 보지 않고 스스로의 기질이 갖은 장점을 살려서 자신을 돌보며 자녀의 예민함도 이해와 장점을 먼저 찾아주며 서로를 사랑하고 가정을 사랑하고 돌보려 애쓰는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 읽는 내내 참 예뻤습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회피하고 상처받음에 억울해하며 아직도 동굴에 갇힌 마음 상한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위로와 치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정과 아이를 위해 늘 노력하고 애쓰며 살아가는 멋진 여성
로미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짧은 연재 속에서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브런치와 글 쓰는 삶을
응원하며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도 감사합니다.^^♡
-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