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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조아름 작가]

by 은나무



암 확정을 받기 석 달 전부터 예약해 두었던

제주도 가족 여행.



하필이면 그 일정 중에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항공권, 숙박, 렌터카.

들뜬 마음으로 준비했던 모든 것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찜찜한 마음을 뒤 로한 채,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토록 예쁜 제주의 하늘도, 상쾌한 바닷바람도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마음 한구석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기분이었다.

애써 외면하려 노력했다.



지금 이 순간,

가족들과 최선을 다해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다시 올려다본 제주의 하늘은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운 걸까.



다음 날, 시장에 막 도착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02' 지역번호.

왠지 병원 전화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이 스쳤다.
전화를 받자 나지막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기 00 병원인데요.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침윤성 유관암, 유방암으로 나왔습니다."


이미 암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귀띔해 주셨음에도, 막상 결과를 직접 듣게 되니 가슴이 내려앉았다.



나에게 10%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구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가족들에게 말했지만,

다들 괜찮지 않다는 것을 금세 눈치챈 듯했다.



저녁 무렵, 근처 오름에 올랐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광활한 갈대밭 너머로 붉은 해가 서서히 지는 풍경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결국 눈물이 흘렀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나를 보고 남편이 물었다.


"왜 울어요."


"너무 좋아서."


나는 옆에 선 남편을 꼭 껴안았다.
남편은 '에이, 또' 하는 표정으로 괜한 눈물 흘린다는 듯

나를 보더니 한마디 둑 던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하하하!"


그 말에 나는 그만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그런 남편이, 그리고 그런 그가 좋았다.

노을이 지는 이 제주의 땅에서 그와 내가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이 순간이 더없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 앞에는 금보다 귀한 아기가 유모차에 앉아 있고

내 뒤 에는 든든한 아빠와 여동생이 우리를 뒤따라오고

있었다.



"언니, 여기 봐! 형부랑 아기랑 셋이 완전 그림이다.

하 나, 둘, 셋! 찰칵!"



노을을 등지고 걸어가는 우리 셋의 모습을 동생은

카메라에 정성껏 담아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내 안에 두려움도 슬픔도 불안함도 없었다.


나는 온전히 자유로웠다.


이것이 행복이구나.



[작가 소개]


https://brunch.co.kr/@dkfmagovl


조아름 작가님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름 작가님의 쾌유와 가정에 평안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치료 잘 받아 건강 해지시면 우리 그때 더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연재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찬양입니다.

위로가 되길 바라며...

사랑합니다! 아름작가님♡♡♡


-은나무-


https://youtu.be/yRdByPgkBVI?si=8FcvPUrBH0gkOv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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