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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10. 2024

스프링필드

지방 소도시의 로컬 페스티벌

미국에는 스프링필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심슨의 배경이 되는 동네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있었던 미주리 주의 스프링필드이다.

 스프링필드는 미국의 중서부 소도시인데 나는 원래부터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미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중심가인 북동부에 있는 뉴욕이나 워싱턴 보스턴 등의 큰 도시들보다 드넓은 미국의 땅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중남부를 가고 싶었다. 미저리대학 스프링필드분교는 초록 잔디밭과 미식축구팀의 응원함성, 치어리더들의 활기찬 연습까지 젊은 에너지와 활기가 캠퍼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곳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나라에서 것들의 귀한 면모를 보고 자란 터이고 미국영화나 음악이 전하는 어느 정도 폭력적이고 가벼운 분위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그런 식의 편견이 없었다 할 수 없는 나였는데 그 작은 소도시에서 느낀 사람들의 에너지는 따뜻했고 건강했고 훈훈했다.

역사적인 아픔과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 갖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발전해 가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치열함과는 결이 다른 여유와 매너라고 할까? 어느 것에도 크게 치열하지 않은 강대국의 오만함이 거기 사람들의 온건하고 관대한 태도로 인해 조금은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 안의 급식소는 차후에 방문한 유명한 해변의 해산물 뷔페보다 더 넓고 음식의 가짓수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게 늘어져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 많이 늘어선 줄에서 내가 매일 먹은 것은 너 댓가지의 것들로 나머지 음식들은 손도 대지 않았었다. 이유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느끼해서인지 먹고 싶은 욕망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시지도 있고 고기류는 스튜종류에서 파이까지 가짓수 자체가 많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먹어보고 싶다는 식욕을 자극하지 않았는지.. 그렇다고 평소에 절대 안 먹는 그런 음식들도 아니었는데.. 한국이었다면 가끔씩은 먹었을 테지만 그런 종류의 음식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먹지 않아도 먹은 듯 부대꼈나 보다. 주로 빵-고기-빵-간 고기-양념에 조린 고기-빵 사이에 고기나 햄이 들어간 여러 종류의 버거-샌드위치 여하튼 그런 느낌의 음식 한 30-50가지가 긴 테이블 위에 늘어서 있었다.

내가 매일 먹었던 다섯 가지는 오일파스타 조금이랑 생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 반반샐러드, 사과하나, 베이컨과 소시지 가끔, 그리고 뭐였더라.. 한두 가지가 더 있었는데.. 우리는 브로콜리를 살짝 익혀 초장과 먹는데 사실 거기서 처음 먹어본 생브로콜리는 어릴 적 추억이 많은 생밤과도 같은 아삭함과 고소함이 있었다. 컬리플라워와 함께 올리브유와 레몬즙 뿌려서 소금, 후추  갈갈해서 먹으면 맛으로 보나 영양적으로 보나 부족함이 없다. 파스타면 반접시 위에 오일이랑 소금, 후추, 고춧가루 조금 뿌린 오일스파게티는 그나마 매일 먹어도 밥을 대신해서 질리지 않았고 가끔은 소시지도 먹었다. 한동안 영국의 자연요리사인 제이미의 텃밭요리 프로그램을 즐겨봐서 그런지 풀들과 다른 재료에 맞는 소스의 기본은 알고 있는 터였다. 탄산음료를 평소에 먹지 않는데 여름인 데다 미국의 느끼함을 가시게 해주는 얼음 가득 스프라이트는 식사 때마다 동치미 역할을 해 주었다. 

다행히 학교에서 오분거리에 세숫대야만 한 사발그릇에 라면을 한국에서보다 맛있게 끓여주는 라면집이 있었다. 컵라면과 다른 집에서 끓여 먹는 맛을 극대화한 맛으로 이틀에 한번 꼴은 가서 먹었는데 사장님이 다음에 올 땐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줄 테니 자기 집에서 하숙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네 명씩 인원을 맞추어 택시를 타고 십 분을 가면 뉴욕에서 한식 맛집을 운영하다 너무 바쁘게 사는 것이 힘들어 시골로 내려온 가게가 있었는데 우리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그리고 하나가 뭐였더라 그렇게 네 개의 찌개를 가운데 놓고 뷔페를 먹 듯 떠서 모두 맛보기도 했다. 한 사흘에 한 번씩.

스프링필드는 먹거리도 놀거리도 볼거리도 많아서 외롭거나 낯설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는 동네였다. 거기 있는 동안 그 동네의 축제가 있어서 우리는 도보로 구석구석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로컬 문화를 즐기고 아기자기한 핸드메이드 문구나 장신구들을 사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마르쉐시장과도 비슷한 분위기의 따뜻한 로컬축제였다.  또 하나 즐거웠던 경험은.. To be co 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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