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자손이 귀한 집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형님은 장남이라는 이유로 일본유학을 다녀와 안방에서 그 시절 귀한 커피도 마시고 난도 기르는 동안 큰어머니는 안팤의 온갖 일과 자식들을 돌보느라 고생끝에 돌아가시고 언젠가는 새로운 부인을 들여 말년을 보내시다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 둘째라는 이유로 자식이 없는 작은할아버지 밑에 양자로 들어가서 작은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대문간 사랑채에서 모시고 살았다. 아버지는 형님보다 똑똑했지만 집안의 지원을 받지 못해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를 한 셈이었고 나중에는 알려진 한의로 마을 가운데 기와집을 짓고 살면서 형님보다 나은 명성도 평판도 얻었으나 남모르는 꿈이 있었는지 현실에 가끔 자조하기도 하였다.
명절이면 마을 한가운데 있었던 은호의 식구들은 마을 왼쪽 어귀의 큰집으로 가서 제사를 지낸 후 거기서 나물과 탕국으로 밥을 먹고 다시 은호네 집으로 큰집 식구들이 건너와서 제사를 지냈다. 은호보다 한살 적은 큰집 조카와 또래 동생들이 많아서 자라날 때 늘 동무처럼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모여서 다같이 윷놀이나 제기차기 등을 하며 명절 분위기는 들떴고 어머니는 명절손님들을 대접할 동동주며 정과, 부침개 등을 준비하느라 손에 물 마를 새가 없이 바쁘게 언니들과 이웃 친척들을 부리며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신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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