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by 이웅진

가을이 시작과 함께 끝났습니다

그리 슬프진 않습니다

시작과 끝은 언제나 이어져있기에

죽음을 앞둔 노인이 과거로 던지는 시선처럼

허공을 가르듯 날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슬펐던 것은

시작과 함께 끝났다고 해서

끝과 함께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짧게 머문 것들은

그만큼 우리에게 길게 벗어나 있습니다


제가 걷는 가을은 항상 과거의 가을이고

제가 그리워하는 계절은 항상 지나간 계절이려나 봅니다


그리움은 그리워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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