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포숯불갈비 앞에서 소주를 참았다
고기는 위험하다.
고기는 술을 부르고 술은 자제력을 잃게 한다. 결과적으로 흡연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금연 10일 차. 가장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다. 회식이다!
진짜 마포에서 먹는 마포숯불갈비. 육즙을 가득 머금은 신선한 돼지에 달달짭쪼름한 양념이 맛과 풍미를 더한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팔꿈치로 소주 밑동 가격하고 회오리 신공으로 뚜껑을 날리게 될 것이다.
마포숯불갈비를 먹으면서 술을 참는 게 담배를 참는 것보다 더 힘들다. 사이다를 마신다. 달달한 탄산이 목구멍을 타격하지만, 소주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고기는 야들야들하니 맛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소주가 없으니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한 것처럼 무언가 아쉽다.
'그냥 한잔만 할까? 아냐! 차있잖아! 대리하면 되잖아! 한 잔만 하고 대리하면 돈 아깝지. 그럼 달릴까? 달리면 담배 피우게 될 거 같은데! 에이! 씨!'
술을 마셔야 하는 주장과 마시지 말아야 하는 논리가 얽히고설키면서 스트레스가 단전에서부터 치고 올라온다. '에이 씨바 그냥 마시고 피울래!!!'
참았다. 잘 참았다. 술도 참고 담배도 참았다. 금연은 이처럼 인내의 연속이고 그 인내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금연의 관건이다. 참으면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흡연욕구를 불러일으키니 그때마다 입에 무언가를 넣어 달래주거나 쇼츠, 릴스를 빠르게 쓸어 올리면서 주의를 돌려야 한다. 찬물 2~3잔을 임꺽정처럼 벌컥벌컥 들이켜는 것도 효과가 있다. 반듯이 임꺽정처럼 약간 흘리면서 벌컥벌컥 마셔야 한다.
술이 제대로 돌지 않으니 회식은 일찍 끝났고 2차도 없었다. 오늘 하루 흡연자들 사이에서 담배도 참고 술도 참았다. 뿌듯하다.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장하다. 금연의 여정에서 가장 어렵고 견디기 힘든 고비를 잘 이겨냈다. 금연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수치가 조금은 높아진 것 같다. 다행이다.
집으로 날듯이 달려와 맥주를 깠다. 난 금연을 하고 있지만 금주는 하지 않는다. 다만 금연을 위해 금주를 했을 뿐이다.
금연 10일 차
증상
1. 짜증이 많이 난다. 그냥 누군가에게 싸움을 걸고 싶다.
2. 특히 운전하면서 짜증이 더 많아졌다.
변화
1. 음식이 점점 더 맛있어진다. 늘 먹던 햇반도 맛있다. 덕분에 살이 더 찌는 것 같다.
2. 술자리에서 술을 마다했다. 이게 역대급 변화가 아닐까 싶다.
노력
1. 물을 많이 마신다.
2. 디카페인 커피를 담배라 생각하고 홀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