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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QUE Sep 24. 2024

금연의 여정에서 찾은 독서의 즐거움

9. 책이 이렇게 무섭다

금연을 하면서 생긴 취미 아닌 취미가 있다. 운동과 독서다. 달리기와 등산은 종종 해오던 것들인데, 담배를 끊고 달리고 오르면 숨이 덜 차서 더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하게 된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하던 게 규칙적이 됐다. 

그리고 독서. '운동으로 몸을 정화하고, 글로 마음과 정신을 다듬을 요량'은 그냥 허울 좋은 핑계다. 독서는 담배 생각으로부터 어떻게든 멀어지려는 몸부림이다. 


몸부림의 시작은 잡지. 현란한 이미지가 동공을 희롱하고, 모든 문장에 화려한 미사여구를 때려 박는 에디터들의 글재주가 약간 아연하게 한다. 잡지 에디터들은 이런 글쓰기 교육을 따로 받는 것인지 신기하기는 하다. 신기와 신묘의 잔재주가 넘실대는 잡지는 읽고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 잡지는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그 시각 이면의 존중 또는 경멸이 묻어나기도 한다. 뭐 관심 없는 꼭지는 그냥 아주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선택과 자유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잡지가 편하다.  

남성잡지 <아레나> 9월호


내 독서는 별거 없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이다. 공부는 하기 싫은 것을 읽고 쓰고 기억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독서는 알고 싶고, 보고 싶고, 흥미로운 것에 집중한다. 그래야 읽는 행위를 지속할 수 있다. 재미도 없는 걸 억지로 읽는 건 내 몸뚱이에 계속 채찍을 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총, 균, 쇠>나 <TRAFFIC> 등이 그러했다. 


강남 교보문고에서 들렀다. 이처럼 드넓은 지식의 창고에서 나의 금연을 도와줄 한 권의 책은 무엇일까? 쉽지 않은 발굴의 시간 속에서 눈에 띄는 색과 흥미로운 글자를 발견했다. 

술과 자동차의 역사

강렬한 노랑은 맥주 또는 위스키의 때깔일 것이고, 술과 자동차의 역사라 함은.... 뭐지?

술을 좋아한다. 특히 맛있는 음식과 같이 페어링하는 술은 행복의 행복이다. 물론 담배와 같이 중독일 것이다. 자동차도 재미있다. 자동차 잡지오래 구독했다. 그런데 그 잡지가 망했고 한동한 보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술과 자동차를 한 권에 담아내다니, 더욱이 역사까지. 흥미로운 역사는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보다 재미진다. 이 책 사지 않을 수 없다. 


'술과 자동차가 만난 역사라니! 미쳤네!' 

버드와이저가 자동차를 만들고, 폭스바겐이 맥주를 만들고, 람보르기니가 와인을 만들고, 밀주 운반책이 자동차 경주를 만들고, 모터쇼가 맥주를 따라 이사를 했다. 실제로 술의 역사와 자동차의 역사가 절묘하게 만나면서 이상 야릇하면서 놀라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게 실제 역사라는 게 더욱 놀랍다. 


단숨에 읽었다. 읽는 내내 담배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성공적인 독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와인, 위스키, 맥주가 너무 땡긴다. 저자의 술맛 표현이 마시지 않을 수 없게끔 찐득하고 섬세하다. 저자 이력을 보니 이자도 잡지 에디터 출신이다. 잡지쟁이들은 변태적 글쓰기 교육을 받는 게 분명하다.


독서는 충족감이 상당히다. 한 권을 다 읽고 덮었을 때의 쾌감과 만족이 옅은 한숨과 함께 터져 나온다. 한 권만큼 지식은 넓어졌고. 넘긴 페이지만큼 세상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책이 주는 기쁨과 성취감, 뿌듯함은 정서적 안정도 준다. 


오늘 나와 잘 맞는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오늘 밤은 맛있는 위스키 할까 싶다. 아무래도 조니워커가 좋지 않을까 싶다. 저자도 탈고하고 조니워커 블루를 마셨다고 한다.


금연 9일 차


증상

1. 흡연욕구는 계속되지만, 횟수는 줄고 있다. 

2. 냄새에 민감해졌다. 집안에서 맡지 못했던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길을 가다가 담배냄새를 잘 맡는다. 


변화

1. 숨이 한 결더 편해졌고, 평상시 심박수가 낮아졌다. 

2. 잠을 잘 자고 아침에 눈이 버럭 떠진다.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온다. 

3. 살이 2kg 정도 쪘다. 밥이 맛있고 계속 배가 고프다. 


노력

1. 담배 생각이 나지 않게 무언가 계속한다. 독서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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