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RQUE Sep 23. 2024

F1과 말보로

8. F1도 담배를 끊었다

과거 F1은 낭만이 있었다. 드라이버들 서로에 대한 배려 비슷한 것이 있었고, 팀은 신사협정 비슷한 게 있었다. 하지만 현시대의 F1은 낭만 따위는 없고 욕망과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야말로 이성과 야만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서늘하고 처절한 세상이다.


F1에 낭만이 사라지고 서슬 퍼런 전쟁터가 된 건 F1에서 담배가 사라질 즈음이 것이다. F1 조직위와 EU는 인체 유해성을 이유로 2006년부터 F1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했다. 사실 담배 광고는 F1 팀의 최대 스폰서로 팀 운영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F1이 담배를 끊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거다.

니코 로즈버그의 아빠 케케 로즈버그(좌) 아들보다 아버지가 훨씬 더 잘생겼다. 서킷의 악동 제임스 헌트는 포디움에서 맥주와 함께 담배를 피웠다. '얼마나 맛있었을까'

최대 돈줄을 잃게 된 F1은 싸구려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는 방식으로 어렵게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쪼들려서 경주차 개발도 넉넉하게 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어제, 2024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경주 자체가 루즈했다. 선두의 독주, 추월 없는 경주, 사고 없는 평온 그 자체. 경주에 집중력이 떨어지니 급 담배가 당기기 시작했다. 아마 페라리에 말보로 광고가 있었다면 어쩌면 라이터를 들고 편의점으로 뛰어나가 "말보로 레드 주세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담배 광고는 없지만, 하이네켄 광고는 어디서 본 듯도 하여 4개 12,000원에 사 와서 경주를 보면서 다 마셨다. 재미없던 경주도 맥주와 함께 하니 그럭저럭 볼만 한 거 같다. 역시 스포츠는 맥주다.



금연 8일 차


증상

1. 갑자기 급똥이 마려운 것처럼 금담이 당길 때가 있다. 그 순간만 잘 참으면 된다.

2. 일이든, 오락이든 집중을 하면 담배 생각이 안 난다. 문제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담배가 훅 들어온다.


변화

1. 길거리에서 담배 피어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확 난다. '저 사람 때문에 나 간접흡연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아~ 맛있겠네' 한다.

2. 외출할 때 담배와 라이터 또는 전담 기계와 담배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주머니에도 담배 가루가 나오지 않는다.


노력

1.  그냥 참는 수밖에 없다. 언제가 되어야 담배가 생각 안 날지는 모른다. 그냥 참는다.

2. 강남구 보건소에 금연 용품을 신청을 하고, 상담은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데 굳이 보건소까지 가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응원이 강요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살짝 우려도 된다.







이전 07화 숨 좀 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