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흡연과 금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
담배를 끊고 나서 처음 느끼는 건 숨 쉬기 편하다는 거다. 운동할 때 폐활량이 증가하면서 더 많이 뛰고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된다.
그다음은 음식이 맛있어진다. 음식을 느끼는 혀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평소 느끼지 못하던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뭘 먹어도 맛있고, 아는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살이 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빠르게 계산하며 더 멀리 예상한다. 머리가 맑아진다는 건 뭐랄까. 안갯속을 헤치고 나온 느낌이랄까. 삶을 새롭게 그리고 다르게 보게 된다.
이외에도 금연이 좋은 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긍정적인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반응 등이 금연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석 달 정도가 되면 금연이 더 이상 금연이 아닌 시간이 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담배를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되는 금연자에서 비흡연자로 넘어가는데, 이때부터는 금연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내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금연 당시의 급격한 변화 이후 내 몸은 조금씩 천천히 비흡연자의 몸으로 찾아가고 있다.
무언가 금연으로부터의 해탈과 열반의 단계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금연이 어렵지 않고 흡연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금연 92일 차
밤길을 가다 보면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을 한 사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에서 TV 보다가 담배 피우러 잠깐 나온 거다. 옷을 챙겨 입기는 귀찮고 그냥 나온 게 분명하다. 나도 그랬다. 추울 거다. 손 시리고 발 시리다. 담배 맛도 모르고 빨리 피우고 들어갈 생각밖에 없다. 얼마나 귀찮을지 잘 안다. 저들을 볼 때마다 '담배 끊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