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나를 빼고 모두 흡연인이다. 내가 금연하는 걸 놀라워하면서 눈치를 본다. 담배가 피우고 싶은 순간이라는 걸 잘 안다.
"담배 피우고 와"
흡연은 불법이 아니고 금연은 자랑이 아니다. 흡연과 금연 그리고 비흡연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서로가 적절히 배려하면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흡연자들 사이에 금연자가 혼자 끼어있으면 서로가 눈치를 본다. 그러니 금연자인 내가 그들의 담배 시간만 배려해 주면 회식은 즐겁다.
술은 담배를 부른다.
하지만 금연 석 달이 지나면 술에 의한 담배의 유혹은 '돼지의 윙크'와 비슷하다. 유혹되지 않는다.
금연이 얼마나 좋은지 차근히 설명해도 그들에게 닿지 않는 걸 안다. 나도 그랬다.
그들의 흡연은 나에게 닿지 않지만, 나의 금연이 그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금연 93일 차
술은 금연에 가장 큰 장애였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많이 마셔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술이 취해도 담배에 대한 반발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적이 없다. 술이 쎄다. DNA 검사했는데, 알코올 해독 능력이 상위 1%다. 술을 잘 마시면 담배 끊는데 도움이 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