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21. 어쩌면 금주를 시작한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by TORQUE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모든 게 처음인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3주 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건 군대 전역 이후 처음이다. 술 없이 고기를 먹고, 소주 없이 순댓국을 먹는다. 운동 후 맥주를 마시지 않고, 등산 후에도 막걸리 대신 사이다를 마신다. 술 마시자는 전화가 오면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술이 마시고 싶으며 무알코올 맥주를 마신다. 다른 금주자들은 어떻게 술을 참는지 인터넷 커뮤티를 찾아보고, 서로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숙취 없는 아침을 맞이하고 위스키 없이 잠자리에 든다. 모든 게 낯설고 생소한 술 없는 21일이었다.


3주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해서 술이 안 당기는 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는 삼겹살의 느끼한 기름을 한 번에 정리해 주는 소주의 맛을 기억하고, 소고기 안심 고깃덩이 사이사이에 맺힌 피가 와인과 섞이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내는 형언할 수 없는 달근한 맛을 기억한다. 책장에 있는 위스키들의 맛과 향, 목넘김, 피니시가 어떻게 다른 지도 알고 있다. 한마디로 술이 마시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도 참는다. 뭐 금주한다고 내 일신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마셨고. 취한 시간이 너무 길었고, 숙취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내 몸을 너무 많이 망가트렸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술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느꼈다. 그러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술을 참는 건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술기운이 아닌, 내 의지로 이루어낸 하루하루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어쩌면 금주를 시작한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금주 21일 차


변화

하루 종일 감정 기복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온하다. 확실히 감정을 술에 의지해 살았던 것 같다.


노력

처음으로 10km를 달리고 왔더니 맥주가 마시고 싶다. 무알코올 맥주를 사러 가려다 참는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면 진짜 맥주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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