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성공하면 금주, 실패하면 음주아닙니까!
크고 싱싱한 상추 위에 깻잎을 엊는다. 그리고 방금 볶아낸 매콤 달달한 제육볶음을 한 움큼 올리고 편마늘과 흰쌀밥도 올려 큰 쌈을 싼다. 입을 크게 벌리고 욱여넣는다.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이 맛. 고기가 모자라거나 밥이 모자랄 때까지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금주 20일. 오늘 처음으로 고기를 먹었다. 삼겹살을 먹게 되면 소주를 참는 게 힘을 것 같아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는, 구운 게 아닌 볶아낸 제육볶음을 선택했다. 맛있다. 오랜만에 육고기를 먹었더니 정신이 아연해질 정도로 맛있다. 밤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맛이 아니다. 술이다. 제육볶음을 맛있게 먹으면서 '소주가 있었으면 좋겠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내가 고기를 먹으면서 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는 중이다. 오늘은 술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삼겹살에 도전해도 될 것 같다.
금주 20일 차
증상
금주에 따른 우울과 공허의 증상은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변화
음식을 보면 술생각부터 났는데, 이젠 맛이 어떨지 생각한다.
노력
세끼를 제때 잘 챙겨먹는다. 특히 저녁을 일찍 먹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