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술에 순기능이 있다는 건 술꾼들의 억지 주장일지 모른다
술은 처음 만나는 이와의 친밀감을 증진하는 사회적 순기능이 있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감정과 감각을 증폭시켜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적정량의 와인이 심혈관계 건강에 도우을 준다고도 한다.
술의 역기능은 순기능보다 많다. 과도한 음주는 간 질환,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등 신체적 질병을 유발하고, 우울증, 불안 장애, 수면 장애와 같은 정신적 문제를 악화실킬 수 있다. 중독되면 정신적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주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음주는 충돌 및 절제 조절 능력을 저하시켜 사고를 유발한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운전이다. 술로 인한 건강 악화, 인간관계 손상, 경제적 부담 등은 전반적인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술을 끊는다는 건 술의 순기능에 역행하고 역기능을 회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술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더 많고,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긍정성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크다. 당연히 술은 마시는 것보다 마시지 않는 것이 유리하고 이득이다. 그리고 어쩌면 술의 순기능도 술꾼들이 술을 마시기 위해 지어낸 억지 주장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유는 경험과 중독이다. 술이 주는 정신적 정서적 안정감 또는 즐거움은 우리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을 다시 끌어내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렇게 음주량이 증가하고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매일 술이 주는 순기능에 취해 알코올 의존증 언저리에 있어보니, 어느순간 '이러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크게 다친 적도 있다. 무서웠다. 그래서 음주를 멈췄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참아야 했다. 매일 저녁 술의 유혹이 쓰나미처럼 밀려오지만 그냥 참는다.
오늘 하루종일 우중충하다. 해가 떨어지니 이슬비도 내린다. 술꾼들이 말하는 '소주 마시기 참으로 좋은 날'이다. 금주 25일이나 했는데도, 내 몸이 술 마시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아마 평생을 금주해도 잊히지 않을지 모른다. 이 또한 술의 역기능이다.
금주 25일 차
변화
하루가 길다. 아침은 눈이 번쩍 떠지고 숙취가 없다. 업무효율일 좋아지면서 오전에 바짝 당기면 하루걸리는 일을 거진 다 할 수 있다. 오후엔 술을 마시지 않으니 시간이 남는다. 뭘 해야 하나 멍을 때리기도 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시간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