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돈 없는 게 죄다. 죄.."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by 조지영

어느 날, 학교 강당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했다. 나는 치과 검사에서 부정교합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교정을 권유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집에 그렇게 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철없는 나는 엄마에게 교정을 하고 싶다고 졸랐다. 위에 이가 튀어나온 게 내심 신경이 쓰였었기 때문에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교정 중인 친한 친구에게 소개받은 치과에 꼭 가고 싶다고 졸랐다.


엄마는 하는 수 없이 나와 같이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결과는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고 금액은 그 당시 금액으로 30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엄마와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친구를 만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엄마는 돈이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었지만,

딸이 그토록 하고 싶다고 하고 친구들은 저렇게 다 하는데 우리 딸은 집에 돈이 없어서 상담받고도 안 한다는 소리를 듣게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엄마는 돈이 없는 빠듯한 현실이지만 조금 있으면 아빠가 공사를 했던 것이 수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 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이제 하겠다고 다시 치과에 갔고 치과에서는 일시불로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얼마 할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없는 돈에 얼마 할인이라고 받기 위해서 그래도 그중 제일 친한 숙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서, 미안한데 한 달도 안 있으면 돈이 들어오는데 300만 원만 빌려 줄 수 있어?"


"형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 딸 교정을 해줘야 하는데 곧 돈이 들어오면 금방 줄게. 이런 말 해서 미안해"


돌아오는 대답은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고,

어찌어찌 엄마는 다른 데서 돈을 구했고 나는 현금할인을 받아서 교정을 했다.


엄마 아빠 속도 모르고 그렇게.... 그렇게 했다.


얼마 시간이 흘러, 우리 집에 아버지 형제들이 다 모이는 날이 있었다. 나는 방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나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내 정신이 번쩍 든 한마디.


"형수는 돈도 없으면서 딸내미 교정 시켜준다고 돈 빌리고 그래예? 돈 없으면 안 시키면 되지!!"


엄마가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돈도 안 빌려줘놓고 별소리를 다 듣네!! 내가 내 자식 시켜준다는데 그게 왜!! 삼촌 집 딸은 돈 있어서 교정해 주고 우리 집 딸은 돈 없어서 교정도 하면 안 되는가 보네!!"


그 순간..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삼촌은 그런 게 아니라 미안하다 하며 엄마를 달랬고, 아빠는 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도대체 아빠는 뭘까? 뭐 하는 사람일까?

자기가 지켜야 하는 사람을 왜 지키지 못할까?


어떻게 자기 동생이 자기 와이프에게 그런 말을 하는데도 자기 자식이 그걸 다 지켜보고 있는데도 자기 동생에게 아무런 말도 한마디 못 하는걸까.. 왜 맨날 우리에게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못볼꼴 보여주는 걸까 왜 맨날 엄마한테만 그렇게 술 취해서 욕하고 사람 힘들게 했을까.......


엄마가 울면서 설겆이를 하면서 말한다.

"참 돈 없는 게 죄다 죄.."


끝까지 자기 동생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빠를 나는 봤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아빠가 너무 싫다. 정말 싫다. 그리고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싫다.


"참 돈 없는 게 죄다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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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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