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by 조지영

중학생이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은 '읍'이었기 때문에 중학교는 하나였다.


세 곳의 초등학교에서 하나의 중학교로 모였다. 조금 더 큰 환경에 나간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조용하고 친한 친구들끼리만 잘 지내는.. 그냥 그런 아이였다.

공부를 하는 방법도,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꿈도 미래도 딱히 없었다.

그저 집에서는 "아빠,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 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모든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는 비슷한 세상인 줄 알았다.

다만, 우리 집은 그보다 조금은 더 부모님의 싸움이 잦고 돈이 없고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는 그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입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니 초등학교때와는 다르게

"누구 부모님이 선생님이래~"

"누구 부모님이 의사래~" 하는 것이 자연스레 소문이 났다.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어머니가 '약사'인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고, 시험기간에 같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 그 친구 집에 가게 되었다.


친구 집은 1층은 약국, 2층은 집이었다. 간식으로 식탁에서 카나페를 만들어주는데 정말 신세계였다.

그런 식재료도, 그런 주방과 식탁도. 친구의 멋진 방도. 부러웠다.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새삼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 부모님은 그런 직업이 아닌 것이,

우리 부모님은 매일 싸우는 것이,

우리 아버지는 매일 술에 취해 있는 것이. 또 친구가 알게 될까 봐 무서웠고 원망스러웠다.


나도 좋은 집에서,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미래도 꿈꾸고 공부하는 방법도 알고 좋은 케어를 받으며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시 부모님 원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는,

현재의 내가 처한 삶이 내 삶이 아닌 척, 우리 집 부모님은 사이좋은 척, 난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척, 수많은 갖가지 '척'들로 나의 본모습을 가리고 살고 있었다.


한 날은 어김없이 집에서 또 초록색 소주병을 상에 두고 마시는 아빠를 보며 말해본다.

"아빠도 술 좀 그만 마시면 안 돼요?"


아빠와 엄마는 갑자기 말하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본다. 말도 잘 안 하는 애가 갑자기 버럭 하니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이 힘들어서 술이라도 마셔야 된다~"였다.


하.......... 그만. 그만. 그만.....


.... 그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아빠, 엄마는.. 어린 나의 마음을 모른다.

그러면서 기대만 하고 바라기만 한다.


"아빠,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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