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두고 가면 안돼..."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by 조지영

1994년,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입학식을 하고 며칠이 흘러도 나는 친구들과 말을 할 줄 몰랐다.

매일 은행나무 가득한 뒤뜰을 지나 혼자 학교로 걸어 다녔다.


나는 학교 수업이 마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어린 나는 엄마가 통장을 모아둔 노란 지갑이 있는 서랍을 열어보았다. 그 지갑이 없어진 날이면 엄마도 같이 없어지는 것을 어린 나는 알고 있었다.


매일 흙 묻은 작업복에 땀냄새와 술냄새가 쩔어서 들어오는 취한 모습의 아빠를. 수금을 했다고 해도 돈은 어디다 써버리는 건지 매일 돈이 없는 우리 집을. 엄마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와서 어김없이 서랍을 열었다. 그날은 노란 지갑이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오늘 밤부터는 엄마가 없겠구나.’라고..

눈물은 나지 않았다. 너무 많이 걱정했던 일이라 그냥 가슴이 망치질을 하듯 쿵하고 내려앉았다.


울부짖으며 맨발로 엄마를 찾아야 하지만, 그렇지만 그럴 순 없었다. 어린 나도 안다. 엄마가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그날 오후, 엄마가 돌아왔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나는 엄마가 떠나려고 했다는 걸 다 알고 있었지만 티를 낼 수 없다.

행여나 다음엔 진짜로 멀리 도망칠까 봐..


제발 오늘은 아빠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알고 술이 취하지 않은 웃는 얼굴로 왔으면 가슴으로 빌고 빌어본다. 그러나 오늘도 역시나 늦은 밤까지도 아빠는 오지 않는다. 엄마는 무슨 마음일까.


어린 나는 잠에 들고 싶지 않다. 내가 자는 사이에 엄마가 떠나면 어떡해.. 영영 가버리면 어떡해..


아침이 밝았다. 엄마가 깨운다.

'엄마, 고마워... 도망가지 않아 줘서....' 마음으로 말한다.


또다시 내 맘은 학교에 가기 싫다. 내가 학교에 간 사이 엄마가 다시 떠날까 봐.....

티는 낼 수 없다. 가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말하면 더 멀어질까 봐 혼자 삭힌다. 그러곤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


"엄마, 나 두고 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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