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우리 집은 이미 이렇게 힘든데 1997년, 우리나라에는 IMF가 들이닥쳤다.
아빠는 건설업을 하시는데 나라 경기가 이모양이니 집을 지을 리도 없고 일이 없으신 것 같다. 걱정만큼 늘어나는 담배연기로 안방의 하얀 벽지는 이미 누렇게 되었다.
저녁이면 슈퍼에 가서 소주를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신다. 그때는 어린아이도 가면 그냥 주던 시절이라 심부름을 한다. 슈퍼 할머니는 매일 착하다며 칭찬을 해주신다. 그 칭찬은 그 당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듣는 유일한 칭찬이었다.
저녁을 먹고 작은 방에 동생과 나는 동그란 상을 펴놓고 학습지를 한다고 앉아있다.
밖에서는 또 들린다. 고함치며 싸우는 소리가..
나는 안다. 나와 내 동생만 없어지면 아빠, 엄마는 돈걱정을 할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다는 것을.
어린 동생에게 말해본다.
“우리가 없어질까? 우리가 나갈까?"
동생이 말한다. "누나 우리가 어디로 가..."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크게 울 수도 없다.
왜 우냐고 혼날 것 같기 때문에.. 좁은 방에 동생과 난 그냥 앉아 있다.
이 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이 밝고 학교를 간다.
반에 있는 친구들이 우리 부모님이 매일 싸운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다.
담임선생님은 IMF라서 아빠가 집에 계시면 손을 들어보라고 한다. 아빠가 매일 집에 있지만 손 들지 않았다.
급식비를 면제받을 사람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엄마에게 통신문을 전달하자 엄마는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한다.
나는 겁이 난다. 내가 급식비 면제 대상에 해당될까 봐.. 그리고 누군가가 알게 될까 봐.
제발 우리 집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길..
나는 그렇게 매일 조마조마하고 불안정한 시간 속에서 사람들 눈치만 보며 커가고 있었다.
10살이 넘어도 항상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엄마에게 말한다.
"애가 너무 얌전하네요~"
나는 싫다. 이 말이 너무 싫다. 나도 목소리 크고 밝고 웃는 아이이고 싶다..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