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이야기

2화. 여선생님의 다리털!

by 권에스더

고등학교 때 독일어 선생님이 계셨는데 얼굴도 별로인데 다리털이 굵고 많았다. 심지어 털이 스타킹을 뚫고 나와서 수업시간에 옆에서 보면 굵은 털이 막 삐죽삐죽 보였다. 꼭 남자가 스타킹을 신은 것 같았다.

거기다 종아리에 알이 심하게 두드러져있었다.

그래서 은 모습은 기억에 없다.

우리는 대놓고 말은 못 했지만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선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우리 남편 눈에는 내가 제일 예쁘!"라 하셔서 우리가 소리를 질렀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다시 "정말이야!"라 하셨다. 그때는 믿지 않았다. 아니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남편이 "내 눈엔 마누라가 제일 예뻐. 내 눈엔 김태희보다 더 예뻐!"라 하는 바람에 그 선생님의 말이 믿어졌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난 솔직히 예쁜 얼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나도 나 자신을 안다.


진짜 얼굴이 예뻐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애착인형처럼 남의 눈에는 낡고 초라한데 아이에게는 세상 귀하고 편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소중하니까 자신에겐 제일 예쁜 인형인 것 같은 것이다.


한 번은 수업 시간에 재미 삼아 이 소리를 했다. 학생들이 발을 구르며 웃고 야유를 보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어떤 남학생이 나와 "선생님! 진짜 예뻐요!" 하는 바람에 감동을 받았다.

그 학은 명문대를 나온 것이 아니어서 자신 없어할 때 가끔씩 내가 용기를 준 학생이었다


연애는 몰라도 결혼생활에서 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모는 처음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중요하다.

하지만 외모에 치중하다 보면 실망하는 날이 온다. 삶에서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너무도 많이 있다.

또한 외모는 시간이 흐르면 바뀐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50대가 되면 외모의 통일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미인이었던 아내나 그렇지 않던 아내나 그저 둥글둥글한 아줌마가 된다.


내 친구도 결혼 후 어느 날 어머님이 "인형인 줄 알았더니 아니네!" 하셔서 나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다.


오래가는 부부사이는 외모가 아닌 내면이 맞아야 한다. 혹자는 이것을 속궁합이라 표현할 분들도 있지만 속궁합 역시 시간 앞에 장사 없다.

이런 성적인 면 말고 더 중요한 마음의 궁합이 있다.


어떤 이는 긴 결혼생활을 관성의 법칙으로 간다고 하는데 나는 나이가 들어보니 남편을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가 바뀌고 남편을 바꾸려고 잔소리를 하기보단 인정하는 쪽으로 변했다.


아이의 애착인형은 새것으로 아니 더 예쁜 것으로도 안 바꾼다. 그리고 꼭 끌어안고 가지 애착인형을 깔고 앉고 함부로 대하는 아이는 없다.

하물며 배우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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