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가묘
살아계시는 동안 엄마는 당신이 묻힐 땅을 사서 자리를 잡아 그곳에 "가묘"까지 만드셨다.
가묘는 땅을 파서 빗물이 새어들지않게 생석회를 발라두는 가짜 묘이다.
아버지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자식들 고생하지 말라고 그리하신 것이다.
"엄마~ 우리가 어련히 알아서 하지 그것을 고생스럽게 하고 다니냐!" 하자 "내 손으로 할 수 있을 때 다하련다." 하셨다.
엄마의 준비성 때문에 우리 부모님의 장례식은 별 어려움 없이 다 지나갔다.
묘지를 살 필요도 없었고 수의를 살필요도 없었다.
엄마덕에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러니 자식들은 편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우리 편하라고만 그렇게 했다는 생각은 아니다.
엄마고향 산을 택하신 것을 보면 묻히고 싶은 곳을 선택하신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죽었다지만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은 싫다!"라고 하시며 "납골당은 싫다!" 하셨다.
이런 것을 자식한테 일일이 해달라 하기 싫으시니 당신이 직접 다 준비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엄마처럼 저렇게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려고는 하는데...
묻히고 싶은 곳을 내손으로 고를 수 있으려나!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다.
내가 원하는 장소를 택할 수 있는 것...
그런 면에서 엄마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