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엄마의 환갑잔치
우리를 기를 때는 엄마의 생일은 없었다.
자식들 생일만 챙겨주시고 정작 본인은 생일을 챙기지 않으셨다. 본인이 차리는 생일상은 서글프다.
오빠가 결혼을 해 며느리가 생기니 엄마의 생신을 챙기기 시작을 했다.
친구들과 조촐하게 생신잔치를 했는데 이렇게 몇 번 지나고 나니 이제 엄마의 환갑이 되었다.
아버지는 몸이 편찮으셔서 환갑잔치를 하지 않으셔서 엄마가 처음 하시는 잔치였다.
난 엄마가 환갑이시면 내가 몇 살인지를 어려서부터 따져보았다. 내가 얼른 커서 돈을 벌어야 엄마한테 무엇인가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대학은 졸업하네... 다행이다!
히지만 막상 때가 오니 난 대학원을 다니느라 돈을 조금밖에 벌지 못해서 작은 선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엄마는 그 선물을 아끼고 또 아끼셨다.
사회생활을 먼저한 오빠들과 언니가 힘을 합해 괜찮은 장소에서 친인척을 모시고 잔치를 열었다.
창을 하시는 분들도 오셔서 분위기를 띄워주고
난 어머님께 바치는 시도 낭독했다.
하도 떨어서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우리 오빠가 쓴 시였는데...
엄마는 이제 자식들한테서 작은 다이아반지도 받으셨다.
생애 첫 반지였다. 엄마는 결혼반지도 없으셨다.
그 후론 그 반지를 늘 끼고 다니셨다.
살이 빠져 반지가 크면 다른 손가락으로 옮겨서라도 꼭 끼셨다.
자식들의 사랑이라 여기셨던 것 같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식농사 잘 지었어!"라며 엄마를 축하해 주셨다.
고운 한복을 입고 싱글벙글 웃으시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에 있다.
언니와 나는 딸이라 분홍한복을 며느리 둘은 푸른색 한복을 맞춰 입고 엄마 아버지를 중심로 큰 사진도 찍었다.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웃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