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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콩닥콩닥 적응기

6화. 아들의 캐나다 친구

by 권에스더

아들은 열심히 학교에 다녔고 나는 픽업 후 집에 와서 그날의 숙제들을 살펴주고 나면 영어 동화책을 하나씩 읽어주었다.


내가 읽는 것을 아들이 들었다.

그날은 "행복한 돼지"에 대한 책이었다.

그 돼지는 공부는 관심 없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 가는 돼지였다. 그날도 돼지는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내용이었다.


책 읽기를 끝내고 아들한테 물었다. "아들, 우리 아들도 행복해?"

아들은 "엄마, 난 천국에 가고 싶어! 거긴 나쁜 사람 없잖아!"


이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간 아들이 아무 말도 안 해서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아들은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어린것이 속으로 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그간 이야기를 엄마한테 다해야 엄마가 널 도울 수 있어!" 그랬더니 아들이 말을 시작하였다.


아들 반에 6개월 먼저 온 한국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영어를 잘하고 우리 아들은 못하니까 그 아이가 캐나다 아이를 시켜 우리 아들을 "fool"이라고 놀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이 "fool"라는 영어도 못 알아들으니 이번에 한국말로 "바보"를 가르쳐 우리 아들 옆에서 하루종일 아들한테 바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웃어도 "바보" 가만히 있어도 "바보"라 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자기가 말도 못 알아듣고 진짜 바보 같다는 생각 들더라는 것이었다.


난 눈물이 흘렀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아들, 걱정하지 마! 엄마가 내일 담임선생님 만날게"


다음날 방과 후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우리 아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자 담임선생님이 "미안하다. 아들이 늘 웃는 얼굴이라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라며 바로 잡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들이 "엄마, 브랜든이 날 찾아와서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Brenden is 바보"라고 하며 사과했다는 것이다. 브랜든이 아들을 놀렸던 캐나다 아이였다.

"그래서 내가 사과를 받아줬어!"

아들은 웃음을 찾았다.

이 일은 일단락 지어졌고 우리 아들과 브랜든은 친구가 되었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던 아들은 흑인친구도 집에 데려오고 곧잘 적응하며 보냈다.

세 달쯤 지난 어느 날 " 엄마! 오늘 한국애가 한 명 왔어. 그런데 영어를 못해" "아들, 너는 걔 놀리면 안 돼!"


아들은 학교 생활을 잘했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들은 놔두고 올까를 생각했지만 부모들이 남의 손에 부탁하고 온 한국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아무한테나 한국어로 쌍욕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떠나던 날 우리를 공항에 데려다준 사람이 캐나다에 늦게 온 아들반 친구 엄마였다.

"어젯밤 내내 아들이 통곡을 했어요. 걔가 한국 가면 나 혼자 어떻게 학교 다니냐고~"하며 울었다는 것이다.


옛날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어린 나이에 겪어내야 하는 외로움과 말 못 하는 답답함.....

그동안 필요할 때면 우리 아들이 그 아이대신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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