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영준SimonJ Jan 03. 2025

4부. 영웅

2. 역경을 딛고

날은 다시 뜨거워졌다가만히 있어도 땀으로 옷을 다 적실 정도로 끈적한 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준기는 자신이 찾아갔던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기엔 마음이 너무 바빴다김 상사를 찾아가 다시 또 일자리를 부탁하기도 하고이리저리 친구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곤 했다덕이도 초조했지만내색하지 않았다이렇다 할 소식도 기대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강 씨 할아버지도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일을 해주 곤 했다하루는 준기의 가족을 안채로 불러 따뜻한 식사를 이사오던 첫날처럼 차려 놓고 격려해 주는 일을 강 씨 할아버지는 잊지 않고 챙겼다격려를 받을 때마다 준기는 덕이의 말대로 집을 사고교통사고 이후에 어렵게 잡은 직장을 잘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곤 했다덕이는 11월에 몸을 풀게 될 예정이었다몸이 무거워질수록 균형이 무너진 몸은 더욱 힘들었다     


백군은 자신의 지시로 들어오게 된 지입 차 배송회사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보고를 들었다회사에서도 배송 체계가 무너지면 안 되니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를 하고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라고도 했다며칠 후 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기사를 채용할지 지입 업체를 따로 둘 지 않을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덕이의 사정을 살피러 밖으로 나갔다강 씨 할아버지 집 근처를 한동안 배회 했으나 덕이를 볼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의 말로는 강 씨 집에 세든 새댁이 몸도 불편한데 아이를 가졌고그 남편은 사업하다 망해서 집에서 놀고 있다고 전해졌다. ‘뜬소문일 거야’ 백군이 아는 준기는 가정을 지키는데 소홀히 할 사람이 아니었다백군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자 부하 직원이 와서 지입 차를 넣고 참여할 만한 회사를 찾기 어렵고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자사에서 차를 좀 더 늘리고 기사를 채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 졌다고 하는 보고를 했다백군은 기사 채용 공고를 내라고 지시했다마음속으로는 준기가 지원하기를 기대했다 준기는 자신에게 용역을 주었던 회사에서 기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이력서를 쓰려고 하는데공고의 내용이 1종 면허 소지자고졸 이상 등의 조건이 붙었다이력서를 쓸 수가 없었다또 눈물이 났다운전만큼은 나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데고등학교를 나와야 한다니 세상도 야속하고또 신세 한탄을 해야 하는 자신이 미웠다준기의 지원 소식을 은근히 기대하던 백군은 인사처에 지원 현황을 알려달라고 했고제법 여러 사람이 조건을 맞춰 지원했던 것이 보였다그러나 대부분 경력이 수반되지 못하고 있었다준기가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챈 백군은 모집 공고를 수정해서 다시 내도록 지시했다그 내용은 트럭 운전 경력자 우대, 7년 이상은 학력 무관’이었다. 


실망에 빠져있던 준기는 다시 공고가 난 사실을 모르고 친구네 다방에서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이리저리 일자리 얘기를 하고 있었다다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준기를 찾는 전화였다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벌떡 일어나 전화기 옆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라고 하자 양병장 나야자네 거기서 뭐 해? 빨리 이력서 쓰지 않고!!”라고 다짜고짜 다그치는 김상사의 목소리였다. “~, 김상사 님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이으려 하자 김상사는 “ 안녕이고 뭐고 시간 없으니 빨리 K그룹에 이력서 넣어라는 것이었다. “김상사 님 거기는 고등학교 나와야 해요고맙습니다신경 써 주셔서라며 실소를 흘렸다그러자 김상사는 버럭 화를 내며 그냥 죽을 거야공고가 다시 났어 경력 7년 이상이면 학력 무관이래 자네만 한 경력자도 많지 않을 테니 지원하라고!! 시간이 없어 내일모레까지야라고 했다준기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빨리 움직이고 싶었는데또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과 경력 증빙 자료 등을 만들 시간이 부족함을 알고 나니 다방에서 신세타령이나 했던 자신이 또 미워졌다정신을 가다듬고 문구점에서 이력서 양식을 사는데 다방 친구가 잘해 보라고 펜까지 사주었다집으로 돌아온 준기는 흥분해서 이 사실을 덕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엎드려 누운 자세로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를 보던 덕이는 영을 강 씨 할아버지께 맡아달라 부탁하고 네모난 밥상을 책상처럼 쓸 수 있도록 준기에게 가져다주었다앉은 자세로 또박또박 정성껏 이력서를 작성했다시간은 흐르고 초조한 마음은 손을 떨게 했다어렵게 마감시간 전에 이력서를 여의도에 있던 K그룹에 제출하고 회사 정문을 나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뜨겁던 바람이 갑자기 시원하게 한 줄 준기의 얼굴을 스쳤다     


합격자 발표는 시간이 걸렸다준기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기다리는 동안 대형차 면허 시험을 준비했다만일 또 문제가 생기더라도 김 상사님 버스회사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이다머릿속이 복잡하니 공부가 잘 되질 않았다.  


백군의 회사에서는 두 사람을 놓고 인사처에서 고민하고 있었다기획 실장인 백군에게 인사처에서 고민을 얘기하자그렇지 않아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회의할 자리를 만들게 됐다올라온 후보자는 준기와 박 모씨였다박 모 씨는 학력과 기본적인 요구 사항을 갖추었는데화사에서 바라는 만큼의 경력이 아니었다그렇다고 경력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뽑아도 좋겠다는 의견이었던 것이고준기는 자기소개서에서의 경력보다 증빙한 서류의 경력이 달랐기 때문에 경력이 풍부해서 좋긴 하지만 신뢰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였다. 백 군은 준기의 편을 들고 싶었으나 양쪽의 의견이 모두 합당해 보였다백군은 자신의 비서를 불러 다시 한번 회사 전체의 물류 수송 요구 규모를 확인하게 하고보수적 접근으로 인원을 충원하려는 것을 알았다회사의 성장세와 좋은 인재의 확보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니 두 사람을 다 합격시키자고 제안했다합당한 이유로 사장의 허락을 득하는 일은 백군이 하기로 했다백군은 사장을 만나서 이번 채용에 한 사람을 더 뽑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사장의 허락을 받아냈다사실 사장은 백군을 거의 무한 신뢰하는 정도의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K그룹은 당초 예상보다 합격자 발표를 일주일 늦게 하게 됐고공고를 사내 벽에 붙이고합격자에게는 등기로 합격 통보를 했다.     


준기는 K그룹에 면접 보던 날이 생각 났다운전기사를 뽑는데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모두 잘 차려입고 와 있었다물론 본인도 그렇게 했지만친구의 옷을 빌려 입은 터라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K그룹에서 합격자 발표날 이후에도 연락이 없자 면접 때 실수 한 건 없나또는 바보 같이 위축된 모습 등 온통 머릿속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지나갔다그래도경력을 소개할 때 면접관들이 아주 흡족해하던 표정을 봤었는데연락이 없자 학력 때문이야’라고 자책했다. 강 씨 할아버지는 원래 대기업은 정해진 시간을 꼭 맞추긴 하지만 이번에도 공고를 바꾼 것처럼 시간을 좀 늘리기도 하니 기다려봐라고 위로했다. 킹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경험상 준기가 떨어졌다고 믿고 있었다마당에는 영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깔깔 대고 있었고강 씨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갑자기 커다란 나무 대문이 삐걱 열리며 우제부가 양준기 씨라고 부르며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이다순간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덕이는 어디서 온 거예요?” 묻자 우체부는 등기편지를 이리저리 보더니 “K그룹인데요!!” “여기 이름 써주세요라고 등기수신 확인 사인을 요구하고 사인을 받자 급하게 나갔다등기를 전해 받은 준기와 덕이 그리고 영 또 강 씨 할아버지 모두 머리를 모았다등기를 열자 짧은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K그룹의 사원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였다. 그리고 등기를 수신한 후 보름 후까지 필요한 추가 서류를 인사처에 방문해서 제출하라는 안내가 동봉되어 있었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부둥켜안고 소리를 질렀다기쁜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고 싶어서 분주해하는 준기를 덕이가 뒤에서 꼭 안았다따뜻함과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무한 에너지가 전해졌다. ‘그래 오늘을 우리 세 식구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함께할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게 먼저지’라고 생각했다흥분을 가라앉히고 강 씨 할아버지께 부탁해서 처갓집과, 김상사 님 그리고 다방에 있는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덕이는 함께 장을 보고 강 씨 할아버지께 저녁 대접을 하자고 했다그래서 함께 집을 나서다 갑자기 덕이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쓰러졌다황급히 병원을 찾아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그동안 너무 많은 신경을 썼고 체력도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긴장이 풀린 탓도 있었고 의사는 첫애 때처럼 임신 중독 가능성도 있으니며칠 입원해서 지켜보자고 했다병원에 누워있는 덕이를 또 보니 마음은 또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찢겨나갔다.     


역경을 딛고     


보잘것없는 인생도

보잘것없는 게 아니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죠

     

내 안에 에너지는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역경을 딛고 일어설

에너지를 깨울 사랑이     


언제나 내 옆에 있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