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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준SimonJ Dec 27. 2024

4부. 영웅

1. 미련

시련의 시간들은 덕이와 준기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영은 무탈하게 잘 자라주었고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기 만점의 아이가 되었다강 씨 할아버지의 인솔하에 동네 어귀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이제는 영이 누군지 동네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관심이 많아지자영의 엄마가 다리를 저는데그 이유가 영을 낳다가 그렇게 됐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을 타고 돌아다녔다딱하다는 동정이 선을 넘기 시작했다동네 여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여러 가지 처방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그중 하나가 애를 낳다가 생긴 병이니 애를 하나 더 낳으면 다시 정상이 될 수 있다는 희한한 논리의 말이었다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기에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는 그 소문들이 크게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영이 5살이 되던 해에 덕이는 돌아다니는 얘기들을 준기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조심스럽게 영의 동생을 갖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준기는 미안하지만 그런 말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지금 건강을 더 챙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아이는 영 하나만 잘 키워도 된다고 말하며무리하지 말자고 말했다.     


백군과 초희의 사이엔 아직 아이가 없었다처음엔 초희의 고집이었으나이상하게 노력을 해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초희는 시간이 갈수록 백군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초희는 백군에게 우리 이제 그만 포기하고 예쁜 아기 하나 입양하면 어때요?”라고 물었다백군은 우리 아직 젊고 의지도 있는데 좀 더 기다려 봅시다그리고 난 괜찮으니 이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아요.”라고 말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백군은 가끔 먼발치서 영이 동네 어귀에서 노는 모습을 훔쳐보며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곤 했다백군은 회사에서 입지를 완전히 굳혀 회사의 중요한 인물로 성장했다중요한 의사결정과 핵심 인사에 관여하고 회사의 중역으로 나이에 맞지 않는 빠른 승진을 이뤄냈다초희도 순도와 불편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 보다 순도의 미래에 더 신경 쓰는 모양이었다.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날 무렵덕이는 준기에게 영이 외로우니 동생을 만들어 주자고 얘기했다준기는 지금 체력으로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그렇지만 덕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난 괜찮으니영에게 동생 만들어 줍시다.”라고 집요하게 얘기하고 졸라댔다준기는 덕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그렇지만 덕이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동네에서 돌아다니던 소문들이 원망스러웠다.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라는 말로 준기는 시간을 벌었다

     

준기의 회사는 건설 붐을 타고 잘 성장하고 있었다큰 경험을 했기에 준기의 운전석 옆에는 맥주나 술병이 없었다간혹 저녁에 회식을 하는 날이면 준기는 차를 두고 다니는 현명한 결정을 했고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그렇지만 좀처럼 소득이 늘지 않고 저축하기에도 월급은 빠듯했다준기는 가끔 생각했다. ‘나도 김 상사님처럼 운수업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고 준기는 사업에 마음이 온통 쏠려 있었고 덕이는 둘째를 갖기를 소원했다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사는 동안 덕이는 계를 들어 목돈을 만드는 일을 했다힘들게 세 머리를 들어서 새해가 되자 3백만 원을 손에 쥐게 됐다강 씨 할아버지는 집을 사라고 권했다덕이도 작더라도 집을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준기는 마음이 복잡했다덕이와 강 씨 할아버지 말처럼 집을 사고도 싶었고한편으론 삼륜차 몇 대를 사서 운수업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결국 집을 사자고 마음먹고 새로 짓고 있는 집을 가 계약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 준기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평소와 다르게 자는 덕이를 깨웠다. “미안한데집사는 걸 좀 미룹시다우리가 더 잘되려면 내가 김 상사님처럼 사업을 해야 할 것 같아” “3백만 원이면 삼륜차 3대 정도 운영할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덕이는 준기의 눈 빛을 보고 간절함을 느꼈다그렇게 하자고 준기를 안아주었다두 사람은 오랜만에 서로를 탐닉 하며 신혼 같은 밤을 보냈다.  결국 집 계약을 물리고봄이 될 무렵 준기는 삼륜차 세 대를 구입했다김상사는 경험을 좀 쌓고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조언했으나 이미 일을 시작됐다개업식을 하는 날 김 상사는 준기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사업을 운영해 보지 않았으니기사 및 직원을 다루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라는 것과 회계처리 등에서 사고가 자주 난다는 말 등 걱정과 응원을 섞어 얘기했다. 잔뜩 들뜬 준기는 처음으로 김 상사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 잔소리로 들렸다. “” 대답은 했지만 건성이었다개업과 함께 준기와 덕이는 둘 사이에 둘째가 생긴 걸 알게 되었다모든 것이 기뻤다그리고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을 꾸었다이번에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도 다니고 잘 준비하기로 두 사람은 다짐했다     


처음 부딪힌 어려움은 기사를 고용하는 일이었다. 잘 될 것만 같았던 일 들이 풀리지 않았다일을 주겠다던 회사들도 준기 회사의 대응이 늦자 기다려 주지 않았다. 준기는 초조했고김 상사의 조언을 새겨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준기는 염치 불고하고 또 김 상사를 찾았다김 상사는 마다하지 않고 준기의 어려움을 듣고 기사를 구하는 일을 도왔다운수업을 오래 해 온 터라 주변에 인맥이 많았다김 상사 덕분에 기사 둘을 구했다한 대는 준기가 집적 운행을 했고고용한 기사 둘이 각 각 한 대씩 맡아서운행을 하기로 했다준기는 다시 끊어진 일감을 찾으러 다녔으나쉽지 않았다백 군은 소식을 듣고 몰래 준기 회사에 용역을 주도록 조치를 취했다준기는 그렇게 큰 회사에서 자기에게 일감을 준 것에 대해 놀라기도 했고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준기는 그 회사가 백군이 다니고 있는 회사인지, 또 그가 도왔는지 전혀 몰랐다조금씩 자리를 잡아갈 무렵크고 작은 일들이 소소하게 생기기 시작했다사장이 직접운전을 하고 다니니다른 기사들이 통제가 되지 않았다큰 교통사고가 날 뻔하기도 하고배달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근무를 태만하게 하는 일등 답답한 일이 계속 생겼다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될 때쯤 큰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기사 하나가 차를 가지고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경찰에 신고하고 담당했던 거래처의 물건을 회수하지 못해 손해 배상도 해야 했다준기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억울하고 매일 화가 치미는 것을 겨우 누르며차를 몰았다덕이는 배가 봉굿이 솟아 있었고준기의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어떻게든 두 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서 차를 늘리자고 마을 먹은 순간 남아 있던 차의 운전기사가 사고를 냈다음주 운전이었다차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기사도 많이 다쳤다준기 회사의 기사가 음주 운전으로 벌인 일이라 거래처의 손실과 사고로 인한 상대편의 피해를 모두 떠안아야 했다결국 남은 차 마저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1년도 못 가서 모든 것을 날렸다준기는 덕이를 볼 수가 없었다다시 직장을 구해야 했다며칠을 화병으로 누워 있다가 준기는 불러오는 덕이의 배를 보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그리고자신에게 흔쾌히 일감을 준 회사를 찾아가 운전기사 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미련-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어요.

후회도 의미 없죠.


그러나 다른 유혹으로 남아

마음을 멍들게 해요

미련은 그래요     


마음이 가는 곳마다

그리움이란 모습으로

발목을 잡아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나를 이끈답니다

미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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