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주 엄마 생각이 난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잃어가던 그 시간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나처럼 힘들었을까?’
어릴 적의 엄마는 늘 바빴다.
살림을 하고, 삼 형제를 돌보며, 가게까지 운영하셨다.
엄마가 가만히 앉아 계신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한 번은 도시에 물건을 사러 갈 때 따라나섰는데, 너무 빠른 엄마 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길을 잃을 뻔했다.
정말 엄마의 하루엔 1분, 1초의 여유도 없었다.
어린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그 안에 담긴 무게와 외로움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내 시간’이 없다고 투정 부리던 날들, 그때의 엄마는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그 모든 일을 묵묵히 감당하고 계셨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엄마의 하루는 온통 ‘누군가를 위해’ 흘러갔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멈춰 설 순간조차 없으셨을 것이다.
아이가 두 시간마다 깨서 울던 시절, 지쳐 있던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투정을 부렸다.
그때 엄마는 잠시 웃더니, 조용히 내 얘기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다.
“너는 어릴 때 집안의 시계 초침 소리에도 깼단다. 너무 예민해서, 내가 밤마다 널 업고 바닥에 수건을 깔고 머리를 기대고 잤지.”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 시절 엄마의 허리는 얼마나 아팠을까. 잠도 못 자고 얼마나 피곤했을까.
잠든 나를 업은 채, 얼마나 많은 새벽을 견디셨을까.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딸로서의 나...
그 둘이 한 사람 안에서 다시 마주 앉은 순간이었다.
외할머니는 엄마를 항상 ‘아가, 우리 아가’라고 부르셨다.
이미 다 큰 어른이었지만, 그 부름에는 여전히 딸을 향한 다정함과 사랑이 배어 있었다.
외할머니는 딸이 바쁘고 정신없이 사는 모습에 마음 아프셨을 게 분명하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딸이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한번씩 와서 지내시다 가셨다.
그래, 엄마도 누군가의 귀한 딸이지...
그동안 엄마를 ‘엄마’라는 역할로만 바라봤다는 게 미안해진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려 애쓰는 딸로,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월이 흘러도,
엄마는 여전히 누군가의 딸이고,
나 또한 누군가의 엄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
[함께하는 작가님]
지혜여니, 따름, 김수다, 아델린, 새봄, 바람꽃, 다정한태쁘, 한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