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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뒤의 성장

눈물 뒤의 다짐 그 후...

by 한빛나

아이의 언어 수업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잘하고 싶은 아이의 의지와, 따뜻하게 이끌어주는 선생님의 배려가 어우러져
단계별로 차근차근 나아갔다.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선생님은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은 집중력이 정말 좋았어요. 이해도 빠르고, 표현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였다.
‘아, 이제 곧 괜찮아지겠구나.’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1년쯤 지났을 때, 수업은 종결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아이의 말은 여전히 ‘괜찮았다가 또 괜찮지 않은’ 날이 반복되었다.


그 무렵, 우리 가족은 다시 이사를 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불안.
결국 나는 다시 센터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좀 더 규모 있고 체계적인 곳이었다.
첫 상담에서 만난 원장님의 전문적인 설명과 따뜻한 태도에 믿음이 갔다.
하지만 정작 수업은 다른 선생님이 맡게 되었다.
원장님의 권유로 심리 수업과 언어 수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심리 수업은 낯선 환경 속에서 불안해하던 아이에게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언어 수업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물론 단기간에 나아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집에서 연습을 제대로 안 해서 그렇다.”는 말만 돌아왔다.


담당 선생님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고, 원장님이 직접 아이를 맡아주셨다.
그 후로 꽤 오랜 시간동안 원장님은 아이를 위해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며 함께 노력해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자리에서 원장님이 다소 지친 얼굴로 말했다.
“요즘 아이가 수업에 집중을 못 하네요. 의지가 좀 약해진 것 같아요. 수업을 계속 진행할지 고민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걱정도 되었지만 실망감이 더 컸다.
그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잘 따라와 준 아이였기에
‘그럴 리가 없는데… 선생님도 많이 지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았다가 다시 흔들리고, 또 제자리로 돌아오는 수많은 시간 속에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우리는 수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제 아이는 언어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생활과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


나와 남편은 첫 번째로 아이의 마음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제는 ‘유창하게 말하는 것’보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내가 말을 좀 더듬거릴 때가 있잖아. 근데 난 그게 내 특기야.”


심리수업의 덕분일 수도 있고,
그저 시간이 아이의 마음을 함께 성장시킨 걸지도 모른다.


결국 아이의 회복은 누군가의 평가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완성된다는 것을

나는 아이를 통해 배웠다.




[함께하는 작가님]

지혜여니, 따름, 김수다, 아델린, 새봄, 바람꽃, 다정한태쁘, 한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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