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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향한 욕심

by 한빛나

남들보다 조금 늦게 아이를 만나서였을까.
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다 해주고 있다고 믿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내 욕심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 기간에도, 수유 기간에도 나는 좋아하던 커피와 밀가루를 멀리했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영향을 줄까 봐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하지만 아이는 입이 짧아 두 시간마다 깨서 젖을 물었고, 나는 몸살에 시달렸다. 보다 못한 친정엄마가 분유를 권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치 않았지만, 그저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세 살 무렵, 나는 책 육아에 마음을 쏟았다.
책을 읽어주고, 영어 영상이나 오디오를 들려주며 하루를 채웠다. 네이버 카페에서 만난 책 육아 동지들과 매일 읽은 책을 공유하며 서로의 노력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엄마표 육아, 엄마표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떠올리며 만든 자료들은 아이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도 나는 쉬지 않고 커뮤니티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출력하고, 코팅하고, 제본했다. 손끝에서 작은 교재들이 완성될 때면 뿌듯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초췌했지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엄마표 활동은 분명 재미있었다. 때로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육아서를 탐독하며 나는 네 살까지는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유치원에 보내기 전까지 아이와 문화센터 수업, 숲 체험,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는 충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지쳐갔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름 아래, 사실은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이를 기관에 보내면 내 시간이 생기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정작 아이가 기관에 있는 동안에도 나는 또다시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학교에 가면 더 나아지겠지.’
그렇게 기대했지만, 내가 바라는 ‘내 시간’은 끝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쏟아온 시간들은 아이가 원해서가 아니라,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이의 웃음은 언제나 나를 버티게 했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은 내 일상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 있었다.
집안일, 육아, 자료 준비까지 모두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지만, 그 안에는 아이를 향한 사랑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엄마라면 그래야 한다’는 강박,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으려는 조급함, 잘하고 있다는 확인이 필요했던 나의 욕심이 함께 있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 주는 엄마라는 것을.
엄마표 자료보다 함께 웃으며 읽은 동화책 한 권이 더 깊이 남는다는 것을.
갖출 것은 다 갖춘 육아가 아니라, 부족한 모습까지 솔직히 보여주는 엄마가 아이에게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완벽을 향한 욕심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욕심이 내 삶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때로는 내려놓고 비워내려 한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쉬어가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완벽하고 싶었던 욕심은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더 깊게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아이가 원하는 건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마주보며 활짝 웃어주는 ‘나’라는 것을.




[함께하는 작가님]

지혜여니, 따름, 김수다, 아델린, 새봄, 바람꽃, 다정한태쁘, 한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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