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없이 이어지는 불안

by 한빛나

아이가 태어난 순간, 내 안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기적 같은 처음들이 매일 쏟아졌고, 그 경이로움은 분명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도 따라왔다.
바로 불안이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기쁨과 사랑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클수록, 불안도 끝없이 부풀어 올랐다.
마치 그림자처럼, 경이로움 뒤에는 늘 불안이 있었다.


혹시 잘못될까 봐

아이가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다.
깊이 잠든 아이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걸 밤새 지켜보았다.
혹시 숨이 멋진 않을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눈을 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은 나를 붙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열이 조금만 올라도, 기침이 한 번만 나도, 아이가 평소보다 조용하기만 해도
내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의 최악의 경우가 동시에 떠올랐다.

나는 인터넷을 헤매며 같은 증상을 찾아보고, 결국 더 불안해졌다.
의사에게 전화를 걸까, 응급실에 가야 하나, 내일까지 기다려도 괜찮을까.
엄마가 된다는 건 끊임없이 ‘혹시’를 생각하는 일이었다.


불안은 아이의 건강만이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걸까,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다른 엄마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늘 서툴고 부족할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향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SNS 속에서 완벽하게 보이는 다른 가정들을 보면,
나는 괜히 더 작아졌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모자란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는 불안과 자책으로 흔들리는 내 마음을 감추고,
안정감을 보여주려 애썼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늘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나는 좋은 엄마일까?”


아이가 한 살이 되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불안은 형태를 바꿔 계속 찾아왔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는 넘어질까 불안했고,
처음 유치원에 보낼 때는 잘 적응할까 걱정됐다.
학교에 들어가면 또래 관계가 불안했고,
사춘기에 들어서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까 두려웠다.

아이의 나이가 바뀔 때마다, 내 불안도 다른 얼굴로 커져갔다.
어쩌면 불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단지 모습만 달라지는 게 아닐까.


불안과 함께 사는 법

돌아보면, 불안은 아이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 때문에 더 커진 것이기도 했다.
완벽하고 싶었던 마음, ‘엄마라면 그래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아이를 향한 사랑이 너무 커서 놓아주지 못하는 집착.

나는 점점 깨닫게 되었다.
불안을 없애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불안은 더 커진다는 것을.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할수록, 나는 더 무너진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불안을 ‘함께 사는 감정’으로 인정하려고 한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아이 곁에 머물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혹시를 생각하기에 아이를 더 살피고, 더 지키려고 노력한다.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큰 위로는, 이 불안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다른 엄마들도 모두 각자의 불안을 품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아이의 건강 때문에,
어떤 이는 아이의 학업 때문에,
어떤 이는 아이의 성격과 사회성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는 모두 경이로움과 불안을 동시에 살아내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불안.
그건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순간부터 따라온 그림자였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불안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불안은 엄마로서 내가 실패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불안과 함께 걸어간다.
넘어지고 흔들리면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길 위에서.
그리고 언젠가 이 불안마저도 추억이 될 날을 기다리며,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함께하는 작가님]

지혜여니, 따름, 김수다, 아델린, 새봄, 바람꽃, 다정한태쁘, 한빛나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처음의 경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