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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Oct 20. 2024

NEW 이스탄불의 연인

<파리의 연인> 말고 <프라하의 연인> 말고

  

  얼마 전 나에게 애인이 생겼다. 마지막 연애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우리는 터키(튀르키예)로 9박 10일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설렌다. 오랜만의 연애도, 처음 가보는 터키라는 나라도. 지금까지 30개국 넘는 국가를 여행했지만 이상하게 터키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연인과 함께 그곳에 가다니! 이제 그와 <이스탄불의 연인> 찍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파리의 연인>이나 <프라하의 연인>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로맨틱했으면 좋겠다. 아니지. 이번엔 내가 시청자가 아닌 주인공이니까 당연히 더 재밌을 수밖에. 후훗. 여주인공 이름은 조예진(나) 남주인공 이름은 최은상(내 남자친구)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과일가게

    

   한국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예전에 친구들이 애인과 매일 데이트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라고 생각했다. 바쁘지 않나? 매일 만나면 질리지 않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그러고 있었다. 퇴사를 앞두고 있던 나는 터키여행이 끝나고 유럽여행을 혼자서 20일간 이어서 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더 그랬을까. 우리는 정말 자주, 그리고 오래 만났다. 심지어 하루에 두 번 만나기도 했다.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각자 집으로 귀가했다가 당일 점심때 또 만나 밥을 먹었다. 심지어 은상오빠는 그날 저녁에도 보자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대신 우리는 통화를 했다.    

 

  “예진아, 우리 만약에 오늘 저녁에도 만났으면 하루에 3번 보는 거야.”

  “그러게, 자는 시간만 빼고 계속 같이 있는 것 같네.”

  “같이 사는 사람도 이렇게 오래는 못 볼 거다. 하하”

  “오빠 만나느라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터키 가면 진짜 재밌겠다. 이제 10일 동안 매일 보네”

  “그니까. <이스탄불의 연인> 찍을 준비 해요.”     


  올여름은 일하랴, 데이트하랴, 여행 준비하랴...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유독 무더웠던 여름을 그야말로 뜨겁게 불태웠다. 그렇게 속눈썹 휘날리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출국 날이 되었다. 주로 혼자 가던 공항을 애인과 가니 참 든든하고 좋았다. 차 안에서 우리는 손을 잡고 SG워너비의 ‘라라라’를 신나게 부르며 그 어느 커플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계속 함께 부르자 이 노래.



                                       

                  사랑해요 고마운 내 사랑

             평생 그대만을 위해 부를 이 노래

          사랑노래 함께 불러요 둘이서 라라라     

                     <SG워너비 - ‘라라라’>   


            

  “터키 이스탄불로 한 분만 가시는 건가요? “

  항공사 직원이 물었다.

  “네. 한 명이요.”     


  오늘은 나 혼자 떠난다. 나는 밤비행기로 먼저 떠나고 은상오빠는 내일 아침 비행기로 터키에 올 예정이었다. 얼마 전까지 연인이 아니었던 우리는 각자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같은 비행기 탈 걸 그랬다. 출발까지 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오빠, 우리 이스탄불에서 봐요.”

  “응. 내일 보자.”    

 

  출국장 앞에서 오빠는 나를 꼭 안아주고 공항을 나섰다. 나는 블루베리 스무디를 한 잔 사서 마시며 게이트 앞에서 탑승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집에 도착한 오빠에게 메시지가 왔다. 비행기는 잘 탔는지, eSIM은 설치했는지, 아이 혼자 보낸 것 같아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혼자 다니다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참 좋았다. 연애하는 맛이 이런 건가. 이런 맛이라면 그냥 아이가 될래요. 나는 바로 그에게 답장을 했다.  

 

  -진짜 자상하다.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

  -좋다~연인 돼서 가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이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너무 신기해요.

  -그니까. 나도 생각도 못했던. 그래서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 봐요.   

  -그런가 봐요. 고마워요. 이런 경험하게 해 줘서. 내일 올 때 비행기에서 이 노래 들으면서 와요.


  나는 아이유의 <좋은 날> 링크를 함께 보냈다. 지금 내 마음과 우리의 상황에 딱 맞는 노래 같았다. 몇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나를 태운 비행기는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비행기모드'로 전환하기 직전, 한국에서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낼 타이밍이다. 


  -I already miss you.

  -Me too.


  이렇게 새로운 연인과의 설레는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스탄불행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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