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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Oct 24. 2024

혼자보다 더 외로운 연인과의 여행

이럴 거면 나 혼자 왔지


  4명이서 하는 여행은 가성비가 좋았다. 렌터카도, 숙소도,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도 비용이 절약되었다. 숙소를 예약할 때도 각자 지역별로 나눠서 알아보니 시간도 단축되었다. 가성비도 좋은데 효율적이기까지 했다. 진작 이렇게 동행을 구해서 여행할 걸 그랬나? 이번 동행으로 인해 여행도 같이 하고 애인까지 생겼으니 아주 잘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괴레메에 도착하자마자 항아리 케밥을 먹은 후 선셋 포인트로 향했다. 이곳에서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와우. 여긴 도대체 뭐지? 산, 협곡, 기암괴석으로 가득 찬 이곳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웠다. 그랜드캐년보다 더 광활하고 웅장하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곳곳에서는 멋지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인생샷을 건지기 위한 촬영에 한창이었다.      


괴레메에서 인생샷 건지기


 이렇게 로맨틱한 곳에 연인과 함께 올 수 있는 건 진정 축복이었다. 은상오빠와 나는 서로 사진을 몇 장 찍어 주긴 했지만 비밀연애 중이었기에 같이 찍을 수는 없었다. 드디어 해가 뉘엿뉘엿 자취를 조금씩 감추며 일몰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중요한 순간에 도대체 어디 간 거지?     


 괴레메의 뷰포인트에서 나는 대부분 혼자였다. 선규오빠와 체리언니는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둘은 매우 친해 보였다. 혼자하는 여행에 지쳐 온라인으로 동행까지 구해서 터키에 왔는데, 어느새 혼자 여행할 때 보다 더 진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그를 찾았다.     


-어디?

-입구요.

-오늘 되게 외롭네요. 계속 혼자 다니고.

-왜 셋이 안 다니고?

-낄자리 없어요. 그런데 여기 너무 아름답다.   


선셋포인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커플의 모습


  

 다른 건 몰라도 일몰만큼은 혼자 보기 싫었는데... 은상오빠는 뷰포인트 입구에 앉아 음악연주를 듣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를 평생 기억될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시원한 바람과 마침 흘러나온 영화 Titanic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그사이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선규오빠와 체리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진아 왜 혼자 있어? 여기서 사진 찍을래?”

 “네 언니, 더 깜깜해지기 전에 빨리요. 저도 찍어드릴게요.”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화가 난 건지, 삐진 건지, 서운한 건지, 아니 셋다 인 것 같다. 내가 이러려고 동행까지 구해서 여행 온 게 아닌데. 게다가 일행 중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나는 외롭고 기분이 우울할까? 그때 내 기분을 눈치챈 은상오빠가 음악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Who can live without it?     

     < - Abba  ‘Thank You For The Music’>     

  

   한국에서 석촌호수를 손잡고 걸으며 음악감상을 할 때였다. '맘마미아 OST'를 듣던 중 내가 말했다.

  “저 뉴욕에서 ‘맘마미아‘ 보고 울었어요.”

  “그거 슬픈 뮤지컬이에요.

  “오~오빠 그걸 알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기고 재밌는 작품인 줄 알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용을 보면 슬픈 작품 맞아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안 나오네요? “

  “제목 알려주면 내가 터키에서 틀어 줄게요.”

  

  그때 내가 말한 노래가 지금 흘러나오는 'Thank You For The Music' 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줬다고 해서 바로 기분이 풀리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서 식사 준비를 할 때도 나는 평소보다 텐션이 떨어져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분위기를 망칠 생각도 없었다. 그냥 한마디로 웃고 떠들고 할 마음이 들지 않았을 뿐. 그때 휴대폰 문자 수신 알람이 울렸다.     


  -예진~ 내일은 같이 다니면서 재밌게 놀자. 기분 풀고 저녁 재밌게 먹자, 응?

  -난 오늘 거기가 너무 아름답고 로맨틱했는데...        

  

  이날 식사를 하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은상오빠와 체리언니는 벌룬투어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안 타기로 결정했다고. 아니, 여기까지 와서 열기구를 안 탄다고? 왜?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했는데... 그와 함께 열기구 타는 모습을 상상하고 모든 계획을 마친 나는 머리를 한 대 새게 맞은 기분이었다.   

           

괴레메 벌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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