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카이막부터 먹고
어느덧 여행 3일 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 아침 메뉴는 ‘천상의 맛’이라는 ‘카이막’과 각종 터키빵, 오믈렛이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는데 그중 특히 카이막은 한국에서 맛본 것과는 신선함의 차원이 달랐다. 난생처음 마셔본 터키쉬커피는 너무 진해서 머리가 띵해지고 눈이 띠용하는 맛이었다. 작디작은 커피잔 바닥에 남아 있는 진흙 같은 커피 가루는 먹어도 되는 건지 헷갈렸다.
오늘은 터키여행의 꽃인 카파도키아의 ‘괴레메’로 떠나는 날이다. 이번 여행은 이스탄불에서 괴레메, 안탈리아, 카쉬, 파묵칼레를 거쳐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중 '괴레메'는 벌룬투어(열기구) 때문에 가장 기대되는 곳이다. 우리는 서둘러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불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숙소에서 은상오빠는 나의 무거운 캐리어를 매번 들어주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카파도키아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간단축을 위해 국내선을 타기로 했다. 이스탄불 사비하 공항에서 카이세리 공항까지는 1시간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우리 커플은 한국에서도 비행기를 따로 타고 왔는데 이번에도 좌석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저렴한 티켓을 구매한 나는 비행기의 거의 맨 끝 좌석에, 다른 일행들은 앞 좌석에 배정되었다.
아쉬웠지만 우연히 녹음된 한국에서의 통화내용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비행기에서 이어폰을 통해 듣는 그의 목소리는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샌드위치와 물티슈를 내 눈앞에 내밀었다. 은상오빠였다. 앞 좌석만 나눠준 샌드위치를 나한테 주러 온 것이다. 승무원도 아닌 남자친구가 기내에서 먹을 걸 챙겨주니 별거 아닌데 감동받아 버렸다. 자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비행하는 동안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픽업하러 갔다. 이곳에서부터 낭만의 자동차여행이 시작된다. 운전은 은상오빠가 주로 하고 피곤할 때는 선규 오빠가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한국에서 데이트를 할 때 우리는 이날을 상상했다. 드라이브 중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차 안에서 매번 같은 자리에 앉게 될까? 선규 오빠가 조수석에 앉을 것 같은데...”
“돌아가면서 앉지 않을까?
“내가 오빠 옆에 앉고 싶다.”
“그럴 기회가 있을 거야.”
내 예상대로 렌터카의 운전석에는 은상오빠가, 조수석에는 선규오빠가 자리를 잡았다. 나와 체리언니는 뒷좌석에 한 자리씩 차지했다. 설레는 마음을 엔진 삼아 한국인 여행자 넷을 태운 초록색 SUV는 우리의 목적지 ‘괴레메’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
저 끓어 넘친 태양은 부글거리고
오랜 꿈은 삐꺽거리고
쿨럭이 자동차를 타고서
꿈의 날개로 구름 속을 산책할 거야
<버즈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