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 절대적이던 시절
아침이면 어김없이 길 위에 올랐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멀었지만, 그보다 더 먼 것은 학교라는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었다.
그곳에는 명확한 위계가 있었다.
반에는 반장이, 줄에는 줄반장이, 청소시간에는 청소반장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칠판 위에는 당번과 떠든 사람이 기록되었고,
교문 앞에서는 노란 완장을 찬 선도부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도했다.
누가 떠들었는지, 누가 청소를 대충 했는지, 누가 지각했는지가 분명하게 적혔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시절, 권위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고,
권위를 견제한다든지, 감시한다든지 하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반장은 반장이었고, 선도부는 선도부였다.
그들이 가진 권한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권한이란 것이 원래 주어진 것이었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과 따라야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그 질서는 너무나 견고해서, 그 안에서 의문을 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질서를 잘 따르는 것이 성실함의 증거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라 여겨졌다.
우리는 그 틀 안에서 살았고, 그 틀을 벗어나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조금씩 깨달아가게 되었다.
절대적인 권위가 얼마나 쉽게 남용될 수 있는지,
권력이 감시받지 않으면 어떤 오류를 만들어내는지,
지시받는 것이 익숙해지면 얼마나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되는지.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싸웠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일상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달라진 세계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하지 않았다.
기존의 질서가 흔들릴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찾아왔고,
그것을 견뎌내야만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질서를 배우던 그 시절, 우리는 그런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안다.
질서는 유지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권위는 견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책임은 따라야 하지만, 권력은 감시받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기까지,
우리는 아주 긴 세월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