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의 상징에서 산업의 중심으로
그 시절, 아이들은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에 가는 것.
그것이 인생을 바꾸는 길이었고,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었다.
운동을 잘해도, 그림을 잘 그려도, 손재주가 뛰어나도,
그것은 취미일 뿐, 미래가 될 수 없다고 여겨졌다.
"공부 아니면 길이 없다."
"책 읽고 성적 올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만화책과 오락은 비정상적인 것들이었다.
공부와 상관없는 것, 시간을 낭비하는 것,
결국 미래를 망칠 것들이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가방검사가 일상이었다.
선생님이 가방을 열어 만화책을 찾아내면,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거나 압수했다.
책상 밑에서 몰래 읽다가,
교과서 사이에 끼워서 보다가,
한순간 방심하면 선생님의 손에 들리고 말았다.
"이게 공부에 무슨 도움이 되냐?"
"이딴 거 볼 시간에 책 한 자라도 더 봐라!"
만화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공부를 방해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만화책을 봤다.
밤이면 이불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었다.
공부만이 미래라면,
만화 속 세계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꿈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오락실은 그 시절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어른들은 오락실을 불량배들의 아지트로 보았다.
"거기 가면 망한다."
"그런 데 드나드는 애들은 문제아다."
학교 앞 오락실에 들어가는 걸 들키면,
용돈을 끊기거나 회초리를 맞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손에 쥔 동전 하나로,
짧은 시간이지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세계로 뛰어들었다.
버튼을 두드리며,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한 판이라도 더 하기 위해 집중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조차도 죄였다.
우리 때 아르바이트? 아마도 신문배달이 전부였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들은 벌써 꿈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며,
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은 일찍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아이들.
웹툰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게임을 개발하는 아이들.
운동을 하며, 외국어를 배우며, 자기 사업을 구상하는 아이들.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아이들.
우리 때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 때 아르바이트라고 하면 신문배달이 전부였던 시절이다.
새벽이면 묶여 있는 신문 뭉치를 풀고,
빠르게 접어 자전거에 실었다.
하나씩 던지며 달리다 보면
찬 바람이 뺨을 때렸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이자, 유일한 경제활동이었다.
돈을 번다는 것은 꿈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 시절,
공부를 빼고는 아무것도 키울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도,
잘하는 것이 있어도,
모든 것은 대학 이후로 미뤄져야 했다.
그렇기에 많은 재능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였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만화를 그리고 싶어도,
게임을 잘해도,
운동을 하고 싶어도,
그 모든 것은 ‘나중에’ 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 가면?
그때는 또 새로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취업 준비해야지.”
“꿈은 대학 오기 전에 접어야지.”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다르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 공부를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로 수익을 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으며 미래를 준비한다.
그들은 이미 ‘나중’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부터 자신을 만들고,
지금부터 도전하고,
지금부터 성장한다.
그때 만화를 그리던 아이들은
이제 웹툰 작가, 애니메이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고,
그때 오락실에서 게임하던 아이들은
이제 게임 개발자, 프로게이머, e스포츠 스타가 되었다.
만화와 게임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이제는 수천억 원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 늦게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미뤘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모든 것은 대학 이후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꿈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강점이 된다.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 된다.
우리는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 기회를 일찍부터 잡고 있다.
그들이 부럽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때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예전에는 숨겨야 했던 만화책이
이제는 정식 출판물과 웹툰으로 인정받고,
예전에는 불량하다고 여겨졌던 게임이
이제는 수천억 원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그때 우리는 몰랐다.
공부만이 답이 아니었음을.
만화와 게임이 결국 세상을 바꿀 것임을.
그때는 몰랐다.
우리가 그렇게 무시하던 만화와 게임이
이제는 미래의 산업이 되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가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미뤄왔을까.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얼마나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