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다루는 자의 능력이 장비의 성능이다

by 일야 OneGolf

​대결이 끝난 지 불과 세 시간.

대한민국 골프 커뮤니티와 선수들 단톡방은 발칵 뒤집혔다.


​시작은 협회 관계자의 SNS에 올라온 15초짜리 짧은 영상이었다.

관리되지 않은 잡초 밭, 한 선수가 90도로 꺾이는 샷을 날려 나무 사이를 통과시키는 장면 위로 ‘이게 실화냐? ㄷㄷㄷ’라는 자막이 달렸다.


​뒤이어 익명의 게시판에 '대관령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속보] 골든게이트 선수들, 강원도 폐쇄 골프장에서 속옷 바람으로 하산 중


"방금 대관령 쪽 지나가다 봤는데, 골든게이트 메인 팀 애들이 골프백도 없이 셔츠만 입고 떨면서 내려오더라. 옆에 석천건설 버스 한 대 서 있던데, 설마 석천한테 털린 거임? 강치현 코치 얼굴 흙빛이던데 누가 설명 좀."


​댓글창은 순식간에 수천 개가 달렸다.


'​석천? 그 꼴찌팀? 거긴 채 잡을 줄 아는 애들도 없잖아.'

'​강치현이 내기에서 졌다는 소문 돌던데. 장비 다 뺏겼다 함 ㅋㅋㅋ'


'​아까 그 90도 꺾이는 영상 봐라. 저건 타이가 오즈가 와도 못 한다. CG 아님?'


​이 소문은 단순한 가십을 넘어 메이저 스폰서들과 협회 고위층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특히 영상 속에 잡힌 선수들의 등을 무심하게 툭 치고 지나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 골프계에서 영구 제명된 줄 알았던 백강후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시각 석천건설 골프단 숙소 앞마당.
​선수들은 강치현 일당에게서 뺏어온 최첨단 드라이버와 아이언 세트를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개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커스텀 장비들이었다. 강건한이 떨리는 손으로 드라이버를 잡으려 할 때, 백강후의 목소리가 찬물을 끼얹었다.


​"손대지 마라."


​"네? 아니, 이거 우리가 내기해서 이긴 전리품이잖아요! 저희 채는 다 망가졌는데..."


​백강후는 차에서 커다란 함마(망치)와 굵은 사포 뭉치를 꺼내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최준호가 쓰던 700만 원짜리 한정판 드라이버 헤드를 바닥에 놓고 망치를 치켜들었다.


​깡—!


​"아악! 코치님!"


​선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드라이버 헤드의 매끈한 광택 위로 흉측한 찌그러짐이 생겼다. 백강후는 멈추지 않고 거친 사포로 아이언의 페이스를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수천만 원어치의 장비가 순식간에 '고물'처럼 변해갔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이 좋은 걸 왜..."


​유시영이 울먹이며 소리치자 백강후가 먼지를 털며 차갑게 대꾸했다.


​"장비가 좋으면 너희는 다시 게을러진다. 기계의 성능 뒤에 숨으려고 하겠지. 이 채들은 이제 너희의 '눈'과 '손'이 되어야 한다. 반짝거리는 껍데기는 필요 없어."


​백강후는 망가뜨린 채들을 선수들에게 하나씩 던져주었다.


​"헤드 밸런스는 내가 다 비틀어놨다. 무게중심도 제각각이야. 이제 이 '병신 같은 채'로 아까 그 90도 꺾기 샷을 다시 만들어내. 채의 성능이 아니라, 네놈들의 감각으로 채의 결함을 극복하는 거다. 그게 안 되면, 이 채들은 그냥 쇠막대기일 뿐이야."


​선수들은 멍하니 자신의 손에 쥐어진 흉측하게 변한 명기(名器)들을 내려다보았다. 밖에서는 그들의 영상이 '신의 샷'이라 불리며 신격화되고 있었지만, 안에서의 현실은 다시 한번 지독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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